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39)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39)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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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중후한 목소리 다지는 김정희와 시조문학관(1)
새벼리는 진주팔경 중의 하나이다. 시내 중앙로터리에서 남쪽으로 차를 몰아가면 진주교가 나오고 그 가락지 끼인 다리를 지나면 곧장 천전시장을 만난다. 시장을 왼 켠에다 두고 달리면 제일병원과 1호광장이 나온다. 이어 직진으로 가면 럭키한주 아파트, 방송통신대 학습관을 거쳐 은빛과 금호아파트를 지난다. 이제 서서히 좌회전으로 비스듬히 꺾어 오르막길을 타야 한다. 새벼리 초입으로 고개 끝이 보이는 듯하면 왼 켠은 벼랑이고 오른 켠은 산세에 갖가지 나무들이 얽히는 빠안한 굽이치기 40도 경사로 전경을 이룬다. 신비한 지대요 석류공원의 허리가 여인의 허리처럼 조금씩 드러나는 진주의 관문이 팔경이다.

그 중간쯤 산으로 드는 ‘시조문학관’의 간판이 나온다. 이 때를 놓치면 차 한 대로 구불거리는 100미터 선경과 우람한 기와집들을 놓치게 된다.

“푸른 병풍 드리우고/ 금모래 쪽빛 강물 에워싼……

짙푸른 마음밭에/ 신선되어 가꾸는 꽃

선경(仙境)에 빛나는 햇살/ 어루만지며 사느니//

꾀꼴새 목청 뽑고/ 비둘기 노니는 곳

꽃보라 눈부셔라/ 화조(花鳥)들의 보금자리

저절로 더불은 삶이/ 꿈을 심네 꽃 속에

-<근황> 전문

이 작품은 김정희 시조작가의 ‘한국시조문학관’에서의 근황을 노래한 것이다. ‘푸른 병풍’은 새벼리의 모랭이 굽이치는 모양을 병풍으로 말했고 ‘금모래 쪽빛 강물’은 새벼리 벼랑 아래 감도는 남강을 가리킨다. 시조문학관을 품고 있는 산속 언덕을 ‘선경(仙境)’이라 불렀다. 이만하면 장소의 아름다움을 다 말한 셈이다. 거기 꾀꼴새가 있고 비둘기가 날고 화조들이 눈부시게 노니는 곳에 문학관을 앉혔다는 것 아닌가.

시조가 시조의 느린 상상에 붙들려 있지 않고 툭 튀는 시조를 선보여 준 것이 인상적이다.



“타고 난/ 더운 피를/ 피 뱉듯 받아들고

온 세상/ 푸르름에/ 징을 울리는 반란(叛亂)

광대야/ 서러운 탈춤/ 열두 마당 풍악소리”

-<홍단풍 앞에서> 전문

시조의 화자를 홍단풍으로 읽으면 훨씬 역동적이다. “인간의 더운 피는 푸르름에는 반란이라 이때가 광대노릇 서러운 탈춤마당 풍악에 어울려 보자꾸나” 시상이 날렵하고 상상이 민속놀이에 이르고 있다. 시조의 평상 흐름에 갑옷을 입힌 듯한 가락이다.

또 <북풍에게>가 기다린다. 이 시조도 갑옷인지 들여다보자.

“망나니 저 망나니/ 큰 칼 잡고 춤을 춘다

산천도 소스라치고/ 혼절하는 천지간

듣는가 빈 가지 현을 켜는

겨울 나무 노래를 (줄임)”

-<북풍에게>에서

이 시조도 얌전한 풍이 아니라 한 번 맛들인 상상의 낙차를 내보이고 있다. ‘망나니 저 망나니 큰 칼 잡고 춤을 춘다’ 겨울 북풍의 마구잡이 완력을 나무라고 있다. 시조는 대체로 전통이 이성적이거나 휴머니즘이다. 그러나 소재가 그런 이성이 아니고 그런 휴머니즘이 아닐 때 과단성 있게 날이 선 표현을 도입하는 것이리라. ‘진주검무’를 떠올려 준다. 기능 보유자를 생각지 말고 처음 검무 생겨날 때의 의도를 짚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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