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은 진화하고 있는가
[경일시론]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은 진화하고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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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지방분권법(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계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지역균형발전법(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통합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7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의 핵심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그동안 별도로 운영해왔던 자치분권위원회와 균형발전위원회를 ‘지방시대위원회’로 통합해 추진하는 것이다. 시도별 지방시대 계획에 중앙부처가 수립한 부문별 계획을 반영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국무회의 심의 및 대통령 승인을 거쳐 수립하고, 매년 계획의 이행상황을 평가하도록 했다. 또한 기업의 지방이전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행·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기회발전특구의 지정·운영 근거를 신설했다. 기존 추진해오던 방식과는 다른 통합적 접근과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제도들로 인해 그 기대가 크다.

그동안의 노력을 살펴보면, 자치분권은 추진기구인 위원회의 명칭은 정권별로 변경왜 왔고, 중앙사무와 권한의 지방이양, 행정체제개편 등을 공통적으로 추진해왔으나 실제 효과나 긍정적인 변화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지방자치법의 전면개정도 있었지만 주민의 권리 확대, 지자체간 협력 활성화,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권한 배분에 관한 사항은 포함하고 있으나 중앙과 지자체의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 이양에 관한 사항은 없다. 균형발전의 경우 SOC와 공공기관을 국토공간 차원에서 균형적인 배분을 추진해 왔으나, 그 대상이자 주체인 지자체의 정책사업들과는 연계되지 못해 본래 의도한 효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찾기 어렵다.

이렇듯 기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들은 법, 제도 등의 변화는 만들어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추진목표와 과제들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매번 계획 수립만 반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제 실행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혹은 목표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인 과제들이 수립되었기 때문이다. 주민의 권리 확대와 지자체간 협력 활성화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도 지자체의 권한 확대와 재원 이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지자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역할이나 지자체간 협의체의 제대로 된 역할 수행과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은 목표와 과제의 반복적인 교체가 아니다. 실행을 통한 성과와 한계를 토대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지향하는 가치의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차원을 추구해나가는 의미 있는 발전, 진화가 필요하다.

이전과는 다른 과감한 결정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질적으로 추진돼야 할 ‘통합적 접근’은 지역발전을 위한 통합적 지원이다. 통합 논의 시점부터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기존 위원회와 차별화 될 수 있을까에 관한 우려가 있어 왔다. 추진체계의 실행력 확보를 위해서는 중앙부처, 지자체, 기업 등의 정책과 사업들에 대해 자문, 연결, 조정하는 프랑스의 지역결속국가청(ANCT)와 같은 범정부차원의 통합 집행지원기구가 필요하다. 자문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내 관계부서, 국토관리청 등을 넘어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일관성을 가지고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각 부처의 관련 정책과 사업지원을 연결하는 일을 수행하는 기구 말이다. 또한 지자체의 모든 정책, 사업과 활동의 자원이 되는 자주재원의 확충을 위한 재정분권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 같은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언젠가는 지역간 격차 해소, 평등과 기회균등의 확보와 같은 목표를 넘어 지역간 차이와 다양성의 추구와 같은 진정한 맞춤형이라는 한 차원 높은 목표를 수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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