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커피 유감
[경일춘추]커피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5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덕대 수필가
이덕대 수필가


회사 임원회의가 있는 날은 의례히 근처 찻집의 가성비 괜찮은 커피 한 잔이 준비된다. 차가운 계절이면 따뜻한 커피가, 날씨가 더워지면 아이스커피다. 월요일마다 같은 집에서 배달해오는 커피임에도 그 맛은 매주 다르다. 회사 경영상태가 어렵거나 무거운 주제를 두고 해법을 찾아야하는 날의 커피 맛은 무겁고 씁쓸하다. 반면 굳이 임원회의가 필요 없는 날의 커피 맛은 가볍고 향긋하다. 커피 맛은 마시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난히 쓴 맛의 커피를 마신 날은 습관처럼 회사의 재무상태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커피는 분명 본질적으로 단맛이나 신맛 같은 사람의 혀가 느끼는 맛을 가졌지만 세상사로 인해 뇌가 느끼는 맛이 변하는 오묘함도 지녔다.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면 대개 커피를 권하고 대화를 나눈다. 식사자리나 술자리가 끝나면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 한 잔으로 뒤풀이를 하는 것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여겨질 정도다. 점심식사 후 직장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커피 잔이 들려 있다.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는 100년, 대중화가 이루어진 것은 50년 정도 된 것으로 본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커피 시장규모는 세계적 수준이며 성인 1인당 1년에 마시는 양도 350잔을 넘고 2022년 기준, 원두커피 수입비용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커피가 건강에도 좋고 몸과 마음의 활성화나 진정에 도움이 된다하니 적당량의 커피를 즐기는 것을 뭐라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일반 서민의 씀씀이를 기준했을 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가격이 문제다.

커피는 거의 전량 수입이다. 소비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한 때 나라 산업의 근간이 되었던 벼는 과잉생산과 소비감소로 양곡관리법 개정문제가 제기되면서 정치권이 공방을 벌였다. 그런가하면 한 쪽에선 가난한 대학생들이 아침밥을 굶지 않도록 한다며 전국 대학생에게 정부차원의 천 원짜리 아침밥 제공 문제로 야단법석이다. 전 세계의 경제 위축으로 우리의 주력생산품 수출은 줄고 나라간 분쟁으로 석유를 비롯한 수입 물가는 천정부지다. 경제가 어려워져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커피 한 잔이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학생 일주일 아침밥값이다. 물론 커피 한 잔 값도 브랜드나 파는 가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장의 수요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 커피에게 그 책임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유통과정에서 불법적이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곳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나라경제 탓인지 요즘 커피 맛이 쓰다. 가난한 대학생의 아침밥값 보다 몇 배나 고가인 커피는 불편함을 넘어 유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