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인준 진주 당당한의원 대표원장
‘배워서 남 주냐’는 말처럼 어떤 지식이든 알아서 손해 볼 일은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직접경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거에는 책을 통해, 지금은 영상콘텐츠를 통해 언제든지 생생하게 간접경험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 즐거움이 널리 퍼진 결과 이제 남녀노소 누구든 스마트폰에 빠져들게 됐다. 앱분석업체에 따르면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5시간까지 증가했다.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쓰는 셈인데 다른 나라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제 정보과잉으로 가볍게 소비되는 지식이 많아져 차라리 배워서 남 주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는 시대가 됐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인스타그램, 틱톡, 넷플릭스 순서였다. 넷플릭스는 2020년에 ‘소셜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곳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빅테크기업들이 어떻게 고객의 개인정보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 이용시간을 확보하고 광고수익을 창출하는지 고발한다. 기술기업의 의도에 따라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시간, 상품에 대한 기호, 나아가 정치적인 입장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이 즐거움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는 정신을 조종하는 마인드컨트롤의 하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큐멘터리는 소셜 네트워크서비스가 확산된 시점과 우울증이 급증한 시기가 비슷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SNS중독이 도파민 신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과정이 마약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책과 영상 등 정보매체를 통해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 활동이 유익하기만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좋은 내용의 책을 아주 많이 읽는다고 해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지적유희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오히려 아는 것은 많은데 실천하지 않는 지행불일치의 악습관을 형성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병’이 되는 것이다.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 무언가 성장하고 나아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실천하지 않는 지식은 세상은커녕 자신 즉 단 한 사람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빅테크 기업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패턴을 통해 철두철미하게 설계한 ‘즐거움과 지식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각자 자신만의 인생목표를 재정립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지금 하는 이 일이 진정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행동의 변화를 계획할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을 들여 새롭게 획득한 경험과 지식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상세한 계획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효율적인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필요한 3가지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적극적인 휴식이다. 정해진 휴식시간 동안 체력을 회복하면서 목표를 돌아보고, 구체적인 행동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 패턴이 어느 정도 강제적으로 반복될 수 있도록 알람을 이용하기도 한다. 25분 동안 집중하고 5분간 적극적인 휴식을 반복하는 방식이 ‘뽀모도로 테크닉’의 방식이다. 휴식 없는 몰입은 일시적으로는 능률이 오를 수 있지만, 체력 관리도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된다.
한편 최고의 효율로만 전력을 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못한 상황이 될 수 있다. 그 결과로 능력 이상의 좋은 성과가 났다면 다음번에도 비슷한 성과를 얻기 위해 모든 운과 노력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80% 정도의 노력으로 나타난 결과는 운과 환경의 변화에 관계없이도 시간과 노력을 조절해 일관성 있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100%의 성과를 가끔 냈을 때보다 오히려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뺄 수 있다고 해서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건강을 잃게 된다. 따라서 통제 가능한 80% 정도의 노력이지만 묵묵히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자신이 설계한 인생을 걸어가고, 적극적인 휴식과 함께 한다면 상업적이면서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마인드컨트롤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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