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괜히 나온 산책(최명진)
[주강홍의 경일시단]괜히 나온 산책(최명진)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8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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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내 무릎에 좀 누워
배기고 불편해

임신한 아내가
마땅히 쉴 곳이 없다

아내는 서운한 것이다
산책 문제는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아무 생각 안 하는 것 같지만
정말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꽤 중요하다


표정은 심각한데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는 답변을 그냥 무심히 넘어갈 순 없다.

뭔가 심사가 뒤틀려 있는데 딱히 표현을 삼키고 있는 상황이 난리를 치르는 것보다 더 힘들다.

원인을 궁리해 봐도 답을 모르겠고 이대로 지나치자니 어쩐지 마뜩잖은 일이다.

지금 일인지, 지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난감하고 아득하다.

무심코 넘어가다가는 나중에 감당이 어려워진다.

찻잔 속의 태풍처럼 침묵의 소용돌이다.

변명이나, 해명의 기회도 없다.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심기를 달래기 위해서 지금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다.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찔리는 데가 없는 것은 아니니 함부로 ‘씨불일’ 일도 아니다.

눈치는 자기만의 계산법이다.

이런 것을 잘 살펴야 살아남는다.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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