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자가 들려주는 궁금하고 신기한 전시 뒷이야기
전시기획자가 들려주는 궁금하고 신기한 전시 뒷이야기
  • 백지영
  • 승인 2023.06.18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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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전시연계 행사 큐레이터 토크 올해 첫 선
“전시 전에는 작가별 작품 설치에 반나절 정도를 예상했는데, 지금 이곳 조현수 작가님의 작품 설치에는 이틀이 걸렸어요.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하고 시뮬레이션도 해봤지만, 실제로 잘 걸릴지 나사는 안전하게 박힐 지 모든 게 미지수였거든요. 앞서 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던 만큼 미리 시험해 볼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30분께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립미술관 3층 제5전시실. 열댓명의 관람객 시선이 박지영 학예연구사에게 꽂혔다.

지난 3월부터 열리고 있는 도립미술관 상반기 기획전시 ‘N ARTIST 2023:더 느리게 춤추라’와 연계해 진행되는 ‘큐레이터 토크’를 듣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다.

“바로 옆 공간 한혜림 작가의 전시를 감상한 뒤 이 공간으로 넘어올 때 작품이 살짝 보이도록 미묘한 지점을 찾는 데 특히 공을 들였어요. 전시실 밖으로 몇 번을 나갔다 들어왔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 학예연구사는 팔을 수평으로 넓게 펼친 채 작품 앞에서 몸의 각도를 조금씩 돌려 가며 설치 지점·각도를 찾기 위한 고심했던 기억을 전했다.

작가의 공간에 들어서기 전부터 작품을 살짝 엿볼 수 있도록 해 기대감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에 몇몇 참가자들이 낮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큐레이터 토크’는 도립미술관이 전시 기획자의 목소리로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올해 첫 선을 보인 전시 연계 행사다.

이번 ‘N ARTIST 2023’ 전시 큐레이터 토크는 지난 1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영원한 유산’ 전시 큐레이터 토크를 시작으로 ‘백순공:선의 흔적’·‘심문섭:시간의 항해’ 전시에 이어 4번째다.

미술관이 단순 전시·연구를 위한 공간을 넘어, 교육 등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쌍방향 문화 공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 적은 예산으로 전시 연계 행사를 고민하던 미술관이 새롭게 시도한 콘텐츠다.

별도의 예산을 쓰지 않고,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들이 관객에게 기획 의도·과정, 개별 작품·작가 설명 등 내밀한 현장 이야기를 전해보자는 의도다.

이날 접한 ‘큐레이터 토크’는 평소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도슨트(전시해설사) 프로그램이나 미술관 한편에 마련된 작가 인터뷰 영상에서는 접할 수 없는, 기획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시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박 학예연구사는 “혹시 이 공간(김예림 작가 전시 공간 일부)은 왜 비어있는지 짐작이 가시냐”는 질문을 던진 뒤 “1·2층의 전시를 보고 올라와 5명의 청년 작가 전시를 관람해야 하는 분들을 위해 잠깐의 여운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 소개했다.

작가별 공간을 돌며 준비한 이야기를 마친 박 학예연구사는 이번 큐레이터 토크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혹시 전시를 둘러보면서 청년 작가 작품이라서 뭔가 미흡했던 점이 있으신가요? 중견·원로 작가보다 미흡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작품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앞으로 어떤 작가의 전시를 보든,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 작품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전시를 좋아해 여러 차례 감상했다는 이 모(40대·창원) 씨는 “큐레이터 설명으로 전시를 바라보니 작가 개인 이야기와 작품 간 연결성이 더 뚜렷해지는 느낌”이라며 “비하인드 스토리(뒷이야기)를 알게 되니 전시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경남도립미술관 ‘N ARTIST 2023:더 느리게 춤추라’ 전시는 오는 8월 2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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