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6월 25일 새벽!
[경일포럼] 6월 25일 새벽!
  • 경남일보
  • 승인 2023.06.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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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1950년 6월 25일 새벽, 광복의 기쁨이 채 가기도 전에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총과 대포, 포탄으로 적을 무참히 죽이는 전쟁말이다. 우리는 연합군의 손으로 광복이 되었던 터라 광복을 시켜 준 그들의 손아귀에 초라하고 힘없이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북한에는 소련군이, 남한에는 미군이 들어왔다. 광복은 됐지만 여전히 나라는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래서 광복이 된 지 오 년도 되지 않아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비극의 연속이다.

전쟁!

글쓴이 동네에선 아버지 친구 열 명이 전쟁터에 나갔다. 그런데 열 명 중 두 사람만 살아 돌아오고 여덟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전사했다고 한다. 살아 돌아 온 사람 중에 한 명이 바로 글쓴이 아버지였다. 당숙도 학도병으로 전쟁터에서 돌아가시고 아직 유해도 찾지 못했다. 생전 아버지께서는 간혹 전쟁 이야기를 하셨다. 대동강까지 가서 물을 떠오셨다는 이야기, 피흘리고 죽어가는 전우를 등에 업고 먼 산 길을 뛰어 내려왔다는 이야기 등등 참혹한 전쟁 이야기를 하셨다. 정작 당신은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남들이 받았던 보훈 혜택도 하나 받지 못하고 평생 살아가셨다. 오로지 군인 시절 찍었던 희미한 흑백 사진과 작은 훈장을 가보처럼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계셨다.

글쓴이는 1953년 휴전이 이루어지고 3년 뒤 전쟁이 일어난 그 달에 태어났다. 아버지께서 전쟁에서 살아오시지 않았다면 우리 집은 큰 형님 한 분만 아버지 자녀로 살아갔을 것이다. 밑으로 여섯 자녀는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했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했던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전쟁(북한남침전쟁, 경인동란)의 피해 통계는 남북한 합해서 많게는 사망자만 600만명 적게는 300만명이라고 한다. 국가기록원 통계를 보면 남한 사람 17만 5801이 사망했고, 55만 4202명이 부상당했으며, 4만 2605명이 실종됐거나 포로로 잡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 숫자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알 수 있는 건 오직 수많은 우리 선조들, 부모와 형제들이 전쟁터에서 죽어갔다는 것뿐이다. 나라는 완전히 말 그대로 불밭과 쑥대밭이 됐다.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그 후 74년 만에 우리나라는 세계 일곱 번째나 여덟 번째의 선진국 줄에 서게 되었다. 세계사에서 결코 볼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에는 유엔 16개국에서 167만여 명이 참전했다고 한다. 수십만 명이 이역만리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죽어갔다. 그런 우방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우리가 북한 공산주의 체제로 통일 됐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 실상은 지금의 북한 모습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일 인당 국민소득 2600달러(정확하게 알 수 없음), 자유가 통제되고, 인권이 짓밟히고, 기아에 허득이며, 독재자를 광신처럼 받들면서 살아가는 지금의 북한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 애국 선열들을 잠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유와 민주와 평화를 위해 우리를 대신 산화한 희생자들이 없었다면 지금 정권을 잡으려고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여당도 야당도 결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진보나 보수란 이념의 싸움도 있을 수 없다. 지금도 먼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참한 전쟁을 우리는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지 않는가. 이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땐 우리 모두 끝장이다. 유월,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난 날 경인년 북한 남침 전쟁을 생각하면서 호국 애국 희생자들의 고마움 앞에서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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