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킬러 문항’ 배제, 타당하나 숙려 필요
[사설]수능 ‘킬러 문항’ 배제, 타당하나 숙려 필요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0 2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서의 ‘킬러 문항’으로 일컬어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전면 배제하겠다는 방침이 공표되었다. 정부정책을 조율하는 교육부와 집권당간의 당정회의에서 결정되었다. 광풍으로까지 인식되는 사교육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정 수능’을 추구한다는 기조가 배여있다. 한 문제를 풀기 위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고, 최상위 수험생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앤다는 방안이다. 공교육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애로가 없도록 한다는 당정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럼으로써 경제적 환경에서 갈려지는 ‘수능 빈부’의 만성적 교육문제를 해소해 보겠다는 야심이다. 원칙적 타당성을 전제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될 만하다.

사교육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공교육 즉 학교교육만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일이 불가능으로 인식될 만큼 오랜 사회병리의 주종으로 만연돼 있다. 고등학교 학생을 위주로 전 학령층에서 사교육을 경험하거나 실행하고 있는 학생이 8할 정도로 추산한다. 이들 학생이 학원, 음성적 개인과외를 포함한 학교 외 교육비용으로 지출하는 규모가 월 평균 50만원이 넘는다는 추계가 잡혀있다. 교육부 및 통계청이 정리한 조사결과다. 그냥 일회적 과제로 넘어갈 사안이 결코 아니라는 방증이다. 사단을 분명히 잡고 해결해야 할 숙명적 아젠다가 틀림 없다.

그런 관측 하에 이번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은 고개가 끄덕여 질 조치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정책 모두가 그러하듯, 이번 문제를 포함한 교육정책이 전격적이거나 일거에 해결한다는 경박한 프로세스를 밟으면 곤란하다. 당장 킬러문제를 없앤다는 방침을 공표하고도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사정을 보더라도 섣부르다는 인식이 들만 하다. 변별력 유지 내지 확보를 위한 방안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구체적 언급을 못했다. 교육부장관의 입장이 그랬다. 하마터면 졸속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정부 수반을 포함한 어느 누구의 생각도 능사가 될 수 없다. 정권에 따라 조변석개 같은 정책으로 읽혀지지 않도록 더 숙고하고 보완돼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계라는 교훈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