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지금의 교육현장에서 협력이 존재할까
[경일춘추]지금의 교육현장에서 협력이 존재할까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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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경남청렴클러스터 사무국장
이수경 경남청렴클러스터 사무국장


필자는 23년 전 학사 취득 후 전공을 달리해 학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학교는 공동체로서의 상호 이해와 조화 및 협동을 체득하는 곳일까,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경쟁하는 곳일까?

상대평가로 성적을 매기는 곳에서 경쟁은 필수이고, 이를 통해 배우는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경쟁은 학교의 이미지를 전쟁터로 인식할 만큼 살벌하다. 필기노트를 빌려주지 않거나 남이 보기 힘든 연한 색 펜으로 필기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개인 노트와 깨알 필기가 적힌 교과서들이 친구들에게 건네기도 했다. 들킬 위험을 감수하며 동료를 위해 대리출석을 해주던 시절보다 수업에 늦은 다른 학생에게 벌점을 주는 것을 잊은 교수에게 찾아가 이를 고하더라는 요즘 대학가의 모습이 더 정의롭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중·고교 내내 치열한 내신등급 경쟁을 하면서 학생들에게는 경쟁의 DNA가 생긴 듯하다. 그런데 이 경쟁의 경험이 이기심과 강박증은 극대화 시켰으나, 정작 인재로서의 경쟁력을 크게 길러준 것 같지는 않다.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이 개인 스펙은 좋지만 협력할 줄 모르는 것을 이구동성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점수 경쟁의 전쟁터에서 협력을 유도할 수 있을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질문1, ‘만약 기말고사 성적을 개인 점수로 부여한다면, 그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봤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에 대해 잘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약 18%였다. 질문 2, ‘만약 기말고사 성적을 조원 평균점수로 부여한다면, 그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봤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에 대해서는 같은 조의 다른 학생 점수가 자기 성적에 영향을 주게 되자, 같은 조의 학생에게는 잘 가르쳐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p 넘게 증가해 68%의 학생들이 적어도 같은 조 내에서는 협력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보였다고 한다.

한국 교육에서 개인 간 경쟁에 길들여진 학생들 중 상당수는 대학에 와서도 스펙 경쟁의 일환으로 학점 경쟁에 골몰한다. 채점의 편의성도 있지만 공정성 시비에 말리지 않기 위해 대학에서조차 객관식 선다형 시험이 대세이다.

협력적 문제해결이 긴요해진 시대, 한발 앞선 혁신, 집단 창의력이 중요해진 시대, 협업 능력이 경쟁력인 시대에, 아직도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살 길이라고 가르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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