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2]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2]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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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샷→낯찍기·낯찍그림
토박이말 나들이 꼭지에 글을 쓰는 일을 비롯해 토박이말을 살려 쓰자는 뜻을 가지고 여러 해 일을 해 오면서 우리가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다듬어 쓰는 데 더욱 힘을 써야 겠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들온말을 다듬는 일은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뒤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어려운 다른 나라 말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기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을 맡아 하는 ‘새말모임’을 만들어 꾸리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쓰는 말과는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있는데요. 우리말을 보는 눈이나 생각하는 바가 서로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여러분도 ‘머그샷’이라는 말을 듣거나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얼마 앞 끔찍한 일을 저지른 한 사람 때문에 이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머그샷이란 말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경찰서에 가서 처음 찍는 사진인데 다른 나라 말인데다 처음 듣거나 보신 분은 참 어렵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 머그샷을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에서 ‘피의자 사진’으로 다듬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피의자 사진이라고 다듬어 놓아도 신문, 방송에서 쓰지 않으니 사람들이 보고 들을 기회도 그만큼 적은 것입니다. 신문, 방송에서 피의자 사진이라고 써 줘서 여러 차례 듣고 보다보면 익숙해지겠지만 ‘피의자’라는 말도 한자어라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머그샷은 ‘얼굴’의 은어인 ‘mug’에서 왔으며 ‘머그샷(mug shot)의 정식 이름은 ’폴리스 포토그래프(Police Photograph)라고 합니다. 저는 무슨 말이든 본디 그 말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과 그 말이 가진 느낌을 그대로 담아서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말로 하되 토박이말이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보고 다듬어 보라고 한다면 ‘낯찍기 또는 얼굴찍기’ 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얼굴’을 ‘낯’이라고 하고 ‘사진을 찍는다’는 말을 쓰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머그샷과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뜻도 어느 만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나아간다면 ‘사진’을 ‘찍그림’이라고 하는데 좀 더 풀어서 ‘낯찍그림’, ‘얼굴찍그림’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이런 새로운 말이 피의자 사진보다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느낌이라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기도 하고 우리가 여느 때 그러니까 평소 어떤 말을 더 많이 더 자주 듣거나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힐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드립니다. 새로운 말을 만드는 사람도 듣거나 본 적이 있는 한자말을 가지고 만들고 그것을 보는 사람도 듣거나 본 적이 있는 한자말은 받아들이기 쉬운데 처음 보는 토박이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푸는 좋은 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보는 다른 나라말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게 마련이고 내가 보거나 들어 본 적이 있는 다른 나라말은 그래도 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새말모임에 들어가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영어도 잘 알고 우리 토박이말을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좀 더 우리다운 새말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릴 때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힌 아이들이 자라 새말모임을 이끌게 된다면 그렇게 될 거라 믿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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