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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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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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중후한 목소리 다지는 김정희와 시조문학관(3)
지난 호에서 김정희 시조시인의 가족사 작품 ‘산길, 도라지꽃’을 읽어 아버지가 살았던 시대의 언덕을 살핀 바 있다. 그 작품에 이어 단시조 ‘아버지’를 읽으면 말을 줄이고도 시대의 역정을 그대로 표현해 놓고 있음이 놀랍다.

“녹두꽃/ 진 자리에/ 일어선 한 줄기 바람// 세상을 바꾸려는 뜻/ 천지를 휩쓸었건만 // 소나무/ 휘인 가지에/ 옹이로 굳어 있다”(‘아버지’ 전문)

‘녹두꽃’은 동학운동의 전봉준을 일컫고, 그 일으킨 바람이 진 뒤의 물결을 따라가는 아버지의 삶을 중장 “세상을 바꾸려는 뜻 천지를 휩쓸었건만”으로 말하고 있다. 종장은 그 마무리로 “소나무 휘인 가지에 옹이로 굳어 있다”고 쓴다. 사상적 실천의 흔적과 결과를 휘인 가지, 옹이로 박혀 있다고 표현한다. 아버지의 일생과 그 숨은 도라지꽃이 아프게 휘이고 거기 옹이로 박히는 역사적 상처 또는 현장을 형상화하고 있다. 쉬운 말로 평시조 삼장에 다 넣어 그렸다.

‘봄 새벼리’는 연시조로 가작이다. 새벼리에 시조문학관이 있어서일까. 시조의 골이 꽉차는 느낌을 준다.

“그 약속 잊지 않고 돌아온 화공들이/ 채색을 하느라고 붓놀림이 바쁘다/ 밤사이 그린 수채화 꽃대궐이 열두 채// 그 약속 지키느라 돌아온 악사들도/ 이쪽 저쪽 숲에서 고운 목청 견준다/ 냉천사 능수 벚꽃도 들썩이는 어깨춤”

진주팔경 새벼리를 시조로 끌어낸 것이다. 이 시조도 가작이다. 이 작품은 필자가 내놓은 ‘진주팔경’ 새벼리편에 실려야 할 정도로 눈에 띄는 작품이다. 필자는 다음 재편할 경우가 생길 때 적당히 추가해 볼까 한다. 권말부록에 ‘명진주시편’에도 넣어둘 것이다.

김정희 시조시인은 생전에 그가 그리고 꿈꾸던 ‘시조문학관’을 새벼리 안쪽골에 천금 같은 장소를 보유하고 있었던 그 기회를 바로 기회로 삼아 이름도 큰 ‘한국시조문학관’을 이루었다. 터가 있고, 여유가 있다고 다 이루는 것이 아닐진대 그의 성취는 곧 지역사의 성취로 이어지게 된 점에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김정희 시조시인은 개관 10년 기념 ‘문학관 리뷰’ 권두언 ‘전승문학의 진흥과 발전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기록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고시조를 살펴보니 옛날 진주목(晉州牧)에서 벼슬을 하신 분들의 시조가 많았습니다. 하위지, 김종직, 남명 조식, 옥계 노진, 설봉 강백년 등 아루 헤아릴 수 없는 유명한 분의 본향이었습니다. 그분들의 옛시조는 ‘화원악보’, ‘해동가요’, ‘청구영언’, 개인문집 등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명실공히 시조의 고향인 것입니다. 하여, 본인은 본인이 살고 있는 옛 진주목을 시조문학의 성지로 가꾸고 싶은 욕망을 지니며 본 문학관을 개관하였습니다.”

김정희 시인은 더구나 진주문인협회를 맡아서 공적 단체의 흐름에 동참했던 분이라 그 공익적 포부는 결코 작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가 개인적 포부로 시작된 문학관 운동은 오히려 공적 성취에 앞서는 부분이 있고 공적 기관이나 운동가들의 거시적 실천에 향도적 지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할 것이다.

앞으로 진주시나 진주 문인협회, 진주예총이나 경남문예진흥위원회 등등에서는 이 시조문학관의 현 위상을 주춧돌로 삼아 지원하고 그동안 미쳐 챙기지 못한 지역 문학관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을 희망하는 것이다.

그동안 진주는 거대사업 중심으로 지역예술 운동에 매진하면서 반대로 소프트웨어 쪽은 작은 시군에 뒤쳐진다는 후문도 있다는 점에 귀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아울러 경남 시군이나 경남문예진흥위원회 등에서도 지역이 이루고 있는 개별적 창작시업 외에 보다 통시적이고 보다 공개념적 개인 사업도 과감히 평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도 구축해 주길 바란다. 할 일은 많고 선도적 그룹의 움직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지역문화를 끌고 갈 동력이 약하다. 누구의 일인지 구석 구석에서 힘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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