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시대’ 위한 ‘지방대학’은 준비되어 있는가
[기고] ‘지방시대’ 위한 ‘지방대학’은 준비되어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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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태 한국폴리텍VII대학 권역학장
배석태 한국폴리텍VII대학 권역학장

양질의 일자리와 편리한 교통, 문화·생활 인프라가 지금의 지역 간 불균형을 이루었고, 인구의 감소와 근시안적인 정책들로 인해 국내 인구의 절반이 넘는 50.2%가 수도권에 몰리고 있다. 지방 소멸이라는 화두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학령인구 감소 얘기는 이미 27년 전인 1996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24년에는 대학의 미충원 인원이 약 10만명 정도로 전망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소극적인 대처는 지역의 젊은이들을 더욱 수도권으로 몰리게 하고 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지역에 20~30대 청년이 없으면, 지역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이고, 기회를 잃은 청년들이 선택권 없이 수도권으로 이동될 것이다. 지역의 공단과 공장은 노동력 부족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며, 이는 더욱 주민들의 탈 지역화로 연결되어 지방 지자체도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며, 머지않아 수도권와 비(非)수도권으로 단순 양분화될 것이다. 모든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을 지역으로 불러들일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젊은 세대를 위한 국가와 지방 지자체의 제도와 정책의 개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대기업의 지방으로의 고른 이전을 위한 유인 정책,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해소, 생활 전반에 걸친 인프라 구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중앙 정부는 지역의 고른 균형을 위해 속도감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지방의 정부와 지방 대학은 위기를 인지하고 생존을 위해 과연 사투를 벌이고 있는가.

지방대학은 지금의 위기를 방관하고, 자구책 없이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의 손길 만을 기다려선 안 된다. 지방의 대학들은 대학이 가진 비전과목표를 수정하고, 교육 과정 전반에 걸친 대변혁이 지금 당장 요구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높아진 인건비에 걸맞은 준비된 인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된 기술·기능 인력 양성 또는 산업계를 리딩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인 양성이 목표가 돼야 하는데, 현장을 경험하지도 못한 이론 중심의 교육을 받은 학생이 산업현장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다시 회사에 가서 하나부터 열까지를 배운다면, 회사에게도 개인에게도 손실이 크다. 대학들은 이론과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무와 사회성을 갖춘 인성 함양을 담당해 교육해야 한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은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는 국책 대학으로 전국에 8개 대학과 35개 캠퍼스와 4개의 교육원이 있으며, 전 생애에 걸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폴리텍대학과 일반 대학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기술력의 전문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폴리텍대학 교수는 박사학위를 소지하고도 수년간의 현장 경험이 있는 현장 전문가들이다.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 실무 중심으로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교육하고, 학생들은 다수개의 산업기사 이상의 자격증을 결과물로 취득한다. 또한, 지역 기업과 상생을 위해 산학 애로기술, 현장맞춤형 집체 교육, 일학습 병행 교육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과 기업을 매칭시킴으로써 취업률 80% 이상의 놀라운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다른 지방대학에 생존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사할 점이 실로 크다. 코로나가 사회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고, 변화시켰다. 지금 채용 면접 시스템에 자리잡은 블라인드 채용은 단순히 이론을 잘 알고 학점이 높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증을 통한 실무 능력과 인·적성 검사를 통한 인성까지 겸비한 사람이 채용되게 되었다. 현대 자동차의 생산직을 ‘킹산직’이라는 신조어로 MZ세대들은 부르고 있다. 400대 1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로 올해 상반기 접수가 마감됐고, 고졸 기술직 채용에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자도 상당수 지원했다고 한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된 대학 서열화가 이미 거품이 빠졌고, 드디어 민낯이 드러났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지방대학이 생존하고 나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이론에 정통한 현장 중심 전문가가 대학 강단에 서야 하고, 기업들과 긴밀하게 연계되고 협업하며,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지방의 기업과 대학, 나아가 지자체가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선순환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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