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한옥의 장점과 세계화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한옥의 장점과 세계화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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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韓屋)은 선사시대부터 우리나라에 우리 고유의 기술과 양식으로 지은 건축을 의미한다. ‘한옥’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오는 것은 융희 2년(1907년) 4월 23일에 쓴 ‘가사에 관한 조복문서’인데, 돈의문에서 배재학당에 이르는 정동길 주변을 기록한 약도에서 이 말이 쓰이고 있다. ‘한옥’이라는 낱말은 1975년 삼성 새우리말 큰사전에 등장하는데, 국어대사전(금성출판사, 1991년), 우리말 큰사전(1993년) 등에서 서양식 가옥인 양옥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조선집’ 또는 ‘한식집’ 등의 동의어로 나온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단지형 주택, 아파트 등에 밀려 일반적으로 한옥이 점차 위축되면서 한국 전통 건축물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한옥’이 공식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1975년 ‘삼성 새우리말 큰사전’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양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부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다. 한옥의 기원은 기원전 6000년경 신석기시대 전기의 움집이며, 조선시대 후기에 전통한옥이 완성된 것으로 본다.

넓은 의미의 한옥은 초가집, 너와집, 기와집 등 한국의 전통 건축물들을 포괄하나 한국에서도 대중적 의미의 한옥은 기와집만을 의미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한옥에는 대문, 마당, 부엌, 사랑방, 안방, 마루, 외양간, 화장실, 장독대 등이 갖추어져 있다. 한옥의 특징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을 마주하며 남쪽으로 짓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는 풍수지리 사상을 반영한, 조선시대의 전통가옥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온돌로 방바닥을 데워 추운 겨울을 나고, 마루가 있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한옥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첫째는 풍수지리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자연과의 조화를 최고의 이상으로 삼았다. 따라서 한옥은 이를 반영하여 자연에 순응하여 주위의 환경과 어울리도록 집의 좌향을 잡고 그곳에서 나오는 재료를 사용하여 그곳의 지세에 맞는 형태로 지어졌다. 둘째는 난방시스템으로 온돌의 따스함이다. 아파트가 보편화된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주거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한옥의 건축요소는 온돌시스템이다. 온돌은 공기가 아닌 바닥을 데우기 때문에 실내 환경이 쾌적하며, 요리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이었다. 셋째는 친환경적인 건축방식이다. 한옥에는 현대 건축에서 생기는 공해가 거의 없다. 주된 건축 자재가 돌과 나무, 흙이어서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자연 상태 그대로 사용했다. 한옥건물에 쓰인 재료들은 대부분 재활용이 가능하다. 현대건축의 대세인 지속 가능한 건축(sustainable architecture)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 특징은 곡선의 아름다움이다. 한옥의 지붕은 한옥의 인상을 결정하는데, 지붕의 아름다움은 날렵한 곡선에서 비롯된다. 자연스럽게 끝을 올린 한옥의 곡선은 중국과 일본의 전통건축에서 볼 수 있는 직선적인 지붕 형태에 비해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지켜오고 있다.

애석하게도 1970년대 이후 현대적 서양식 건축을 배운 건축가들이 한옥을 구시대의 잔재인양 여기면서 고루한 건축물 또는 비효율적인 건축으로 잘못한 인식한 나머지 마구 헐어 없애면서 많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한옥이 많이 사라지고 말았다. 2008년 기준으로 한옥 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 대비 0.77% 정도로, 그 수가 적은 편이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대 들어 한옥의 자연친화적 기능과 치유의 효과가 강조되면서 한옥이 재조명받는 가운데, 한옥의 가치가 새로이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실이나 진주역과 같은 철도역사, 주민 센터, 도서관 등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카페와 같은 사설 기관에도 한옥이나 한옥 모양을 본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미적으로 빼어난 지붕의 처마 곡선과 온돌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옥만의 미학이자 기술이라 할만하다. 아름답고 과학적인 한옥 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함으로써 K-POP이나 다른 한류 분야와 더불어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길 기대해본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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