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공영방송의 존재감, 살려야 한다
[경일시론]공영방송의 존재감, 살려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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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오래 되었다. 2010년에 처음 그 자막이 떴으니 그렇다. 감동이 있을 만한, 건전한 방송종료시,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 되었습니다” 문구 말이다. 반면에 단순히 보자면 눈살이 올라가고 가족과 같이 시청하면 서로간 민망한 프로그램들은 순전히 광고비로 만들어 졌다는 말인가. 생뚱맞고 장난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다. 오랫동안 되풀이 하는 과정, 습관적 정서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에는 주관적 사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게 된다. 좋은 방송 끝에 붙인 자막을 그토록 오랫동안 봐 왔는데도 ‘여러분의 수신료’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지 못한 것 같다.

세금같은, ‘준조세’ 로 까지 일컬어지는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날로만 커지고 있다. 강제가 전제된, 전기요금에 병과한 방식은 분명한 무리수다.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지금의 징수방법과 달리 분리하겠다는 방침이다. 9할 이상의 국민, 즉 시청자가 찬성한다. 당사자인 유일 공영방송 KBS는 직격탄을 맞았다. 경영재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약 5000억원 정도를 잃게 된다는 추산이다. 정치적 배경이 없지 않다. 정권을 베이스로 보도 편향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닌 것이 원인이다.

공영방송 KBS 신뢰가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매체 다양화, 방송환경 변화도 까닭이겠지만 한때 15%대 시청률을 구가하던 ‘9시 뉴스’는 겨우 5%대를 오간다. 공신력 추락의 단면이다. 개인 볼일 다 보고, 창창한 일과시간에 외출하거나 여가같은 여유로움을 부려도 하등의 제재가 없는 구성원이 수두룩하다. 2000명 정도가 된다는 그 사람들이 가져가는 돈이 연간 1억원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수신료 저항은 엄연해지는 것이다. ‘놀면서’, 거의 모든 국민 수입보다 많은 급료를 가져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낼 수 없는 일이다. 100원도 아까운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공영방송은 건재해야 한다.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오직 시청률, 돈벌이에 혈안된 여타의 상업방송과 차별적 가치를 담은 공영방송은 엄존돼야 한다. 정치권력에 독립적이고, 지상파방송의 순기능 즉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하며, 국민의 보편적 정서를 담은 담은 콘텐츠로 채우는 방송 말이다. KBS 보도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정보를 취득하고, 정밀하며 내공찬 ‘다큐’를 향유하면서, 가요무대나 열린음악회와 같은 격조높은 프로그램으로 삶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의 가치가 더 절실한 때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어림없다. 뼈를 깎고 살을 도린다는 각오가 아니면 불가능이다. 어쩌면 말장난 같은 ‘소중한 수신료’ 운운치 말고 시청자에게 순정한 감동을 안겨야 한다. 임금의 절반은 아니라도 2할 이상은 스스로 깍아야 한다. 인력도 줄여야 한다. 효율만 따지는 민방과 단순비교는 어렵겠으나, 그래도 비슷한 매출로 보면 많아도 너무 많다. 2000명 수준의 SBS보다 3배 규모다. 상업방송과의 무지막지한 전쟁같은 시청률 경쟁을 혁파하여 2TV의 광고 전면 중단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마다 독창적 제작편성 역량을 키워, 지역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배양하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단돈’ 2500원의 수신료 저항은 더 커진다. 국민이 키운 공영방송 KBS의 종말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게 된다. 신뢰 잃은, 죽은 조직의 출신이거나 구성원의 의미가 뭘까. 평생 욕먹고 사는 일일 것이다. 정치적 시비가 없는, 상업적 요소를 철저히 배척하는 공영방송 영국의 BBC, 일본의 NHK 채널은 늘 고정적이다. 월 2만원 안팎의 수신료 시비가 거의 전무다. ‘종일 뭐하며 소일 할까’ 같은 머리굴림하는 구성원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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