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노동은 사람을 신성하게 한다
[경일춘추]노동은 사람을 신성하게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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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이지순 뜻있는 도서출판 대표


주역의 많은 글 중에 나는 이 구절이 제일 마음에 든다. 주역의 64괘중 첫번째인 건괘에 ‘군자종일건건(君子終日乾乾)하고 석척약이면 여무구’라는 말이 있다. 군자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저녁엔 다시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고 반성해 조심하면 살아가는데 아무 탈이 없을 거라는 뜻이다.

군자는 지금으로 보면 정치인, 공직자, 사업가, 기업 임직원, 학자, 언론인 등 지식인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지식인들은 ‘과연 그러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군자가 하루종일 노력하는 일을 ‘노동’ 이라는 말로 바꿔보았다. ‘노동’ 이란 무엇일까. 노동이라고 하면 단순가공 또는 작업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등의 3D업종 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원이나 근로자나 서비스 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도 모두 노동에 종사 중이다. 다만 노동이란 단어는 열악한 대우의 피고용인이라는 의미로 특정해 사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지 ‘노동’을 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을 하찮게 여기고 주식,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한 부의 확장만을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도 ‘노동’없이 부를 쌓아보자고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매일 노래한다.

레버리지전략과 노동 없이 돈 벌기, 한달 4시간만 일하자, 같은 개념만 외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최근 전세 사기와 주식, 코인에 투자해 전 재산을 잃고 절망에 빠진 이웃들을 본다.

물론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세계적으로 많고 독일, 덴마크 등 선진국의 두배다. 노동을 많이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노동을 등한시하지는 말자는 얘기다. ‘간디’는 7가지 사회악 중의 하나로 ‘노동 없는 부’를 꼽았다. 현대인들이 쫓고 있는, 지렛대를 이용해 노동하지 않고 부를 획득하는 게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간디가 죄악이라고 한 노동 없는 부를, 우리들은 ‘지혜’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적당한 노동과 그로 인해 쌓은 부가 노동자에게 골고루 분배된다면 노동은 사람을 신성하게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일을 하며 더 건전해지고 건강해 졌다. 주말엔 쉬고 평일엔 하루 종일 자신이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저녁엔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고 반성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쉽게 얻은 부는 쉽게 잃어버리는 게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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