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암행어사 출두가 그리운 요지경 세상
[현장칼럼]암행어사 출두가 그리운 요지경 세상
  • 이웅재
  • 승인 2023.06.29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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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학창시절 예쁘다와 아름답다는 단어를 두고 고민한적 있다. 토론식 자문을 구했더니 외면적 미와 내·외면의 조화로 해석하면 분간이 가능할 것이란 조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성경 구절을 듣기도 했다.

최근 TV 등 대중매체를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는 분들이 많다. 잘나고 똑똑하고 유명한 분들이 나와서 공중파를 통해 국민에게 전하는 말이니 틀릴리가 없을텐데, 정작 출연자 간의 논리 전개를 보면 극과 극이다.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리다며 펼치는 주장에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 국민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앙앙불락(怏怏不樂)이 길어지니 결국 시청자의 선택은 “TV 꺼라”다.

하나의 주제에 하나의 진실이 세상사 진리일진데 정치라는 영역에 들어서는 순간 두개의 사실이 하나의 진실을 가리는 형국이 된다. 우리진영에 도움이 된다면 진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논란을 부추기는 인사들이 세를 모으니 상호작용의 원리가 다른 한쪽을 모은다. 이후는 불 보듯 뻔하다.

진실은 멀어지고 아무말 대잔치 이전투구(泥田鬪狗) 판이 펼쳐진다. 국민을 입에 달고 살면서 속내는 당리당략이 전부다. 내로남불과 쌍말쌍욕으로 점철되는 함량미달 인사들의 아무말 대잔치를 보면 “가슴에 담아둬서 아름다운 말이 있는데…”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한민족 5000년 역사에 오늘과 같은 번영의 시기가 없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부흥을 이루고 민주화를 정착하더니, 최근에는 세계만방에 한류 문화를 꽃 피우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괴이한 의식으로 무장한 채 다툼만 일삼는 무리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성을 쌓아두고 있다. 세가 강하면 문 열고 나아가 싸우고, 불리하면 성문 닫고 농성하는 식의 공성전 달인들이다. 대한민국이 잘 못되기를 바라는 측에서 보면 이래도 저래도 남는 장사가 싸움임은 틀림 없겠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천상계가 이렇던가. 한쪽이 친일(親日)로 장 때리니 한쪽이 반일로 멍 때린다. 친중 장에는 반중 멍이요, 친미 장에는 반미 멍이다. 심판 무시 관중 무시 끝날 줄 모르는 요지경판에 속세의 국민들은 소금을 사둬야 하나, 생선 먹어도 되나 등 민생고에 허덕인다.

요즘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소규모 지자체는 생존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지만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정치 경제 교육 의료 등 대부분은 아직도 중앙집권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방 경제는 나날이 팍팍해지고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어 이제는 도시소멸을 걱정하는 데까지 몰렸다.

우주항공청 유치에 희망을 걸고 있는 사천시와 여수와의 해저터널 개설로 활로를 찾는 남해군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사천시와 마산, 진주, 통영에 둘러 싸인 형국의 고성군 처지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도 현실의 두터운 벽을 넘어서기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활로 찾아 전전긍긍하는 지방 소도시 입장에선 검찰 공화국도,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도, 친일·친미·친중 논쟁도 다 먼 소리로 들린다. 제발 지역경제 피고, 인구 늘었으면 하는 갈망과 한숨 속에 해가 지고 뜬다.

지방 소도시 힘없는 백성들은 ‘금준미주 천인혈이요 옥반가효 만성고라 촉루락시 민루낙이니 가성고처 원성고’란 문구에 딱 부합하는 요즘 국회를 보면서 춘향전 이몽룡의 암행어사 출두가 그립다고들 한다. 사심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일 하라는 민심의 죽비를 외면하는 위정자들에겐 추상같은 암행어사의 징치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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