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료로 백지수표가 왔다.
얼마를 써야 할까?
이걸 고민하느라 글을 못 쓰고 있다.
-김언 시인의 ‘백지수표’
‘저는 본업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시를 쓰는 일이고 또 하나는 강의하는 일입니다. 시는 밥벌이로 지친 내 심신에 정서적 위안을 주고 강의해서 버는 밥은 허기진 내 영육에 영양을 제공합니다.’ 학기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말이다. 학생들의 질문은 항상 같기 때문이다. ‘시인의 연봉은 얼마인가요’에 대한 답인 셈이다. 시인에게 연봉을 주는 곳이 없으니 나 스스로 연봉을 정한다.
지상의 가장 부자는 시인이다. 우주 만물의 존재 가치는 시인의 사유 안에서 사라지거나 탄생한다. 구름 한 조각으로 공갈빵을 만들기도 하는 연금술사가 시인이다. ‘원고료로 백지수표가’ 오는 것을 이해하겠나. 그러니 시인은 글을 쓸 수 없을 지경으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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