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2)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2)
  • 경남일보
  • 승인 2023.06.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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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한국시인협회 사화집 ‘境界’에 실린 경남의 10인(1)
한국시인협회 올해 사화집 ‘境界’에 실린 경남 출신 시인은 모두 10인이다. 최장수 시인으로는 김남조 시인이 실려 있어서 이분이 혹 경남출신이 아닐까 잠시 헷갈렸다. 김 시인이 한국시인협회 회장시절 마산에서 한국시협 세미나(1984년)를 개최했는데 당시 마산 로얄호텔에서 행사를 하고 다음 관광지는 돗섬(저도) 기행이었다. 그때 김남조 시인은 6·25 이후 마산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르친 제자 중에서 시인 이 중(李中)이 경남신문 사장으로 있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아직 필자에게 잊혀지지 않고 있다.

김남조는 그렇지만 경남 태생은 아니고 1927년 대구 태생으로 숙명여대에서 허영자, 신달자를 가르쳤다. ‘경계’에 실린 시인은 김여정, 김송배, 김수복, 김추인, 신달자, 이 경, 이수익, 허영자, 강희근, 김윤숭 등 10인이다. 김여정은 진주 장대동 출신이고 김송배는 합천, 김수복은 현재 단국대학교 총장이고 함양 출생이면서 산청 금서초등학교를 나왔다. 김추인은 함양 출생, 신달자는 거창 출생, 이 경은 산청 출생, 이수익은 함안 여항면 출생, 허영자는 고향이 함양 유림면(태생지는 휴천면)이며 강희근은 출생지가 산청 화계리에서 다리를 건너가는 중에 있다. 김윤숭은 함양 휴천면 월평리 살구진 태생이고 지리산문학관 주인이다.

이 경 시인의 ‘가자미식해’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어둠 속에서/ 살과 뼈의 경계를 허문다/ 사랑의 육즙으로/ 원한의 가시가 발효되고 있다/ 겨울밤 가자미식해 익는 냄새/ 임진강 건너/ 밥알 같은 불빛 하나/ 건너다보는 함경도 에미나이/ 무덤 하나”

‘가자미식해’는 함경도산 가자미 젓갈인데 함경도 사람들이 속초에 와서 속초 가자미식해가 되었다. 가자미 젓갈은 가자미의 살과 뼈를 허물어 사랑의 육즙을 만드는 것인데 이제는 겨울밤 속초에서 가자미식해가 만들어지고 그 익는 냄새가 임진강 건너 불빛을 건너다보고 있고 건너다보기로는 함경도 처녀애들이 그렇게 했지만 그들도 늙어 죽어 무덤이 되면 그 자체가 삭아서 삼팔선 경계 너머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조금씩 엉키기도 하지만 대체로 남북간 경계를 삭은 뼈 젓갈 냄새들은 서로 넘나든다는 것이다. ‘경계’라는 주제로 산청 출신 이 경 시인이 잘도 만들어낸 시가 ‘가자미식해’이다.

이 경 시인은 재작년 어느때 몇 개월간 산청 신안면 고향 경계를 넘어 산청읍 내리 마을에 와서 시를 썼다. 그 와중에 필자의 ‘진주문인’을 소재로 한 SCS 서경방송의 기획 토크프로그램(경상국립대 칠암캠퍼스 아트홀)에 부군과 함께 와서 참관했다. 이 시인과는 스승이 같은 분이라 ‘도제의식’이 있어서일까, 아무런 기약이 없어도 동행할 때가 더러 있다.

다음 시는 김여정 시인의 ‘경계의 꽃’이다.

“수평선은 바다와 하늘/ 지평선은 땅과 하늘// 수평선의 꽃은 아침을 여는 여명의 태양/ 지평선의 꽃은 저녁에 지는 일몰의 노을// 인생의 꽃은 청춘의 희망과 사랑/ 전쟁과 평화의 꽃은 화합과 공존// 삶과 죽음의 꽃은 감사의 기도”

이 시는 마지막 연의 “삶과 죽음의 꽃은 감사의 기도”가 절정이다. 아마도 하느님을 믿는 크리스찬으로 보인다. 진주여고 출신 김여정 시인이 단성고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서울시 교사로 전출해 갈 때 필자는 진주로 전출해 들어왔다. 한 사람은 고향을 등지고 나가고 한 사람은 고향쪽 진주로 전입해 들어왔다.

그후 얼마되지 않은 어느날 김여정 시인의 장대동 친정댁에서 부친상을 당했을 때 최용호 등 진주문인들이 같이 문상을 갔다. 그때 김여정 시인의 천륜성 호곡이 깊어서 다들 눈시울을 적셨다. 이를 본 파성 설칭수 선생은 “효녀다, 효녀”라고 하셨다.

그런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하동 진교에서 도자기 관련 행사가 있을 때 김여정, 김지연 등 진주여고 맹렬 애교문인이 전국 여류 30인과 동행을 했다. 그때 나는 도자기 관련 백일장 심사를 하고 정연희, 허영자 등 여류문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예의 김여정, 김지연 두 출향 시인은 백일장에서 ‘진주여고’ 학생이 장원한 것에만 관심을 표했다. 어쨌거나 ‘일신정신’은 살아 있다고 호응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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