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재해 예방해야
[경일포럼]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재해 예방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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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신문 지면마다 올여름 지구촌에 홍수로 ‘비상’이 걸렸다는 말을 머리기사로 뽑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태풍 ‘마와르’로 수일 동안의 집중호우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속출했고, 열차 운행도 대거 중단됐다. 하루 동안 500㎜에 가까운 비가 내렸으니 물 재해, 산지 재해는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런 일들은 기존의 ‘예측 가능성’을 불확실하게 하기 때문에 대처방안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따른 대규모 홍수와 가뭄을 해마다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올해는 열대 동태평양 감시 구역의 수온이 올라가는 ‘엘니뇨’가 발생해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기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는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폭우와 함께 무더위가 동반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기상기구(WHO)는 올 하반기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무더위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엘니뇨는 1951년 이후 23차례 발생했다. 이 가운데 1972년, 1982년, 1997년, 2015년은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게 나타나면서 매우 강한 것으로 기록됐다.

최근 우리나라는 장마철과 무관하게 극단적 강수 현상이 빈번해졌다. 비 피해는 장마 때문이 아니라 집중호우에 있다. 김득구는 잔 펀치에 쓰러졌지만, 순간적인 강펀치에 선수들은 KO되기 때문이다. 사회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양 이상의 많은 비가 단시간에 쏟아지면 물난리가 발생한다. 이러한 물난리는 특히 산지 재해로 이어지는데,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산사태가 그렇다. 이러한 산사태는 순간적으로 비교적 규모가 작게 산지 재해를 발생시키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산지 재해는 땅밀림이다. 아직도 복구하지 않은 곳들이 너무도 많고, 땅밀림은 1년에 수 ㎜로 아주 서서히 움직이다가 집중호우로 높아진 지하수에 의해 산덩이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그 피해는 말도 못 하게 클 수 있다. 가장 크게 무너진 면적이 100㏊에 이른다면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하튼 올해는 중부보다 남부 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엘니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와 일본 쪽에 저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면서 ‘바람 통로’가 형성된다. 이를 통해 많은 수증기가 들어오면 남부 지방 강수량이 증가한다. 중부 지방도 기습 폭우가 동반할 수 있다. 작년 8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정체 전선이 상공에 머물며 하루 최대 380㎜의 물 폭탄을 쏟아붓기도 했다. 1973년 이후 우리나라에 내린 집중호우 발생 일수도 10년에 0.16일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부지방에 물 폭탄이 쏟아진다면 남부지방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땅밀림지가 우후죽순으로 무너질 수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전역의 땅밀림지를 조사하고 연구하고 있는데, 특히 경상남북도에 걸쳐있는 땅밀림지가 가장 많고 또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연구 결과가 그렇게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재앙이 된 것은 오래전부터다. 그런데도 확실한 대처방안은 그리 많지 않다. 산사태나 땅밀림 등 위험지로 분류된 지역을 먼저 복구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복구가 어려운 지역이 너무도 많다. 정부 당국은 이를 눈여겨보고 우선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당장 재해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 전에 미리 예방해야 한다. 산림청에서 집중호우 대비 임도 시설 민관합동점검을 미리 시행한 것도 그 일환이다. 대형 산불지와 산사태취약지역, 땅밀림지는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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