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부모가 바라보는 마을학교 예산 삭감
[기고]학부모가 바라보는 마을학교 예산 삭감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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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민 학교운영위원회 진주지역협의회장
노정민 학교운영위원회 진주지역협의회장


필자는 진주시의 변두리 진양호 아래 동네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때는 자연이 놀이터였고, 나무토막으로 책꽂이를 만들거나, 물고기 잡는 그물을 만들 때는 동네 어른과 나이 많은 형들이 선생님이었다.

아버지 친구분은 농사와 함께 목공소도 운영하셨는데, 책꽂이나 책상을 같이 만들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다양한 기능과 기술을 그리고, 경험을 배우게 되었다. 이 덕분에 필자는 본업과는 상관도 없이 약 1년간의 계획으로 시골집을 직접 고치고 수리하고 있는 중이다. 일찌감치 학교 선생님만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최근 경남도의회에서 행복마을학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행복마을학교 사업이 편향적인 이념교육 예산이므로 삭감한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이념교육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필자가 다녀 본 마을학교에서는 제과나 제빵, 도예 등 주로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다양한 체험활동 위주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을 편향적인 이념교육으로 치부하는 것은 대체 말이 안 된다. 경남도의회 의원들이 직접 마을학교를 다녀보고 하는 소리인지 심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은 절대로 이념적·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경남도의회는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성 교육, 돌봄과 지킴이 기능을 해 온 마을학교를 편향적 이념교육으로 몰아서 그 간의 사업 전체를 선악으로 나누고,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버리는 우(愚)를 범한 것이다.

마을학교에서 행복해하던 우리 아이들은 일부 몽상가들 때문에 오갈 곳 없는 고아 신세가 될 처지에 이르렀다. 경남교육의 가치 다양성과 민주시민 양성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도로아미타불이 될 판이다.

시시비비의 우려를 논하는 첫 사업도 아닌 교육감이 무려 7년간 추진해 온 사업이다. 경남도의회 주장대로 일부 추진 과정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고쳐 나가면 될 일이지, 마치 전체의 잘못으로 치부해 사업을 해산시키는 것은 논리학에서 말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서 말한 “영혼없는 전문가, 가슴 없는 향락인”이 되지 않도록 경남도의회는 되새겨 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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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학부모 2023-07-05 11:58:18
행복학교의 학부모로서 도의회의 결정에 화가 났습니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기는 했는지... 입시가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꿈 또는 진로를 찾아보며 짓는 미소를... 경상남도의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민이 7년여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결과에 분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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