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실버세대들의 역할
[경일시론]실버세대들의 역할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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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변옥윤 논설위원


소비가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경제성장률은 연 10%를 상회하고 통행금지 등 각종 규제는 풀려 소비촉진을 부추겼다. 집집마다 가전제품을 바꾸고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넓은 평수의 집 장만에 나서 건설경기도 최고조였다. 비로소 자가용 붐이 일어 선진국형 소비패턴이 시작된 것이다. 88올림픽 무렵이다. 대량소비시대가 전개된 것이다. 출산붐을 탄 58년 개띠들은 모든 생산현장과 각 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나섰다. 교육받고 훈련된 엘리트들이 성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경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IMF관리체제에 들어지면서 우리사회의 기반이 무너져 내렸던 것이다. 기업이 도산하고 자영업자들은 생업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사회기반이 무너져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려 노숙자가 즐비했다. 사회기반이 무너진 것이다. 불과 10년만에 우리는 롤러코스터보다 극심한 경제적 파탄을 경험한 것이다.

이 시절을 극복한 사회적 캠페인이 ‘금 모으기’와 ‘아나바다’운동이다. 전 국민이 나서 장롱속 깊숙한 곳에 간직했던 금을 꺼내 경제살리기에 나섰고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쓰자’는 캠페인은 소비가 미덕이었던 우리의 생활패턴을 근검절약으로 되돌려 빠른 시간에 IMF관리체계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제 우리의 경제주역 58년 개띠들은 어느덧 일선에서 물러나 은퇴하면서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1천만 실버시대에 가담한 것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버세대 빈곤율은 세계1위라고 하지만 부동산을 포함한 순자산은 전체 경제규모의 46%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겨냥한 실버산업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출산이 줄어들면서 유치원이 문을 닫는 반면 노인들을 케어하는 ‘노치원’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2045년이면 세계1위의 늙은 나라가 될 것이란 전망은 실버산업의 성장을 예견케 한다. 지난 4년간 요양보호센터는 1800곳이 늘어나 5000곳을 넘어섰다. 요양원, 주야간 보호센터, 노치원이 주류이지만 노령사회를 겨냥한 실버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다.

반면 MZ세대들은 ‘짠돌이’가 시대적 대세다. 일찌기 부모의 곁을 벗어나 독립하면서 터득한 경제생활 때문이다. 카카오톡 ‘거지방’을 드나들며 ‘짠테크’를 공유하고 서로가 소비패턴을 나무라며 절약을 독려한다. 무지출 챌린지로 ‘방털’과 ‘빌붙기’의 체험담을 나눈다. ‘보고하고 소통하고 절약하고 독려하는’ 그들만의 소비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거르주아(거지+부르주아)’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부모세대로부터 빈곤과 경제파탄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학습효과이기도 하지만 오르지 못하는 사다리가 가로막고 있는 탓도 적지 않다. 특히 그들에게는 우리사회의 주역으로, 주류사회로 도약할 만큼의 기본 자산이 없어 현상유지에 급급한 절박한 단면이 짠돌이를 양산, 경제적 활동을 막고 소비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같은 사회적 불균형과 MZ세대들이 부모세대인 58년 개띠들의 기여를 이어갈 사회적 동기부여,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버세대들이 보유한 46%의 재산을 끌어내 미래세대들의 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용하지 않고 묵혀있는 자본을 끌어내 일자리를 만들고 신산업을 개척하고 그로 인해 생산과 고용이 늘어나 소비가 진작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은 돌고 돌아야 비로소 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에 묶히고 은행에 잠겨 있다가 유산으로 물려주는 구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실버산업이 더욱 번창하도록 소비에 나서고 자녀세대들이 자신들이 이룩한 대량소비시대를 재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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