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공직자 품위 위반 처벌 강화의 뜻
[여성칼럼]공직자 품위 위반 처벌 강화의 뜻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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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지금 사회가 어떤 처벌을 강화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는 공직자의 품위 위반에 관해 음주운전, 성희롱·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공직자의 이런 행위에 대해 무관용원칙을 적용해 높은 징계 수위를 정해놓았다. 언론을 통해 종종 듣는 공직자의 해임, 파면에 관한 소식이 그것이라 볼 수 있다.

음주운전 금지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기 전까지 국민적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했다. 지금은 ‘술 마시고 운전하면 안 돼!’가 당연한 원칙이 되었지만, 반주가 일상이던 사회에 음주운전 단속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 ‘술 마시고 안 걸리면 돼!’가 보편적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은 어디서 음주단속 하는지, 같은 방향으로 먼저 가는 사람이 알려 주면 안 되는지, 몇 잔까지 마시고 불면 안 걸리는지, 걸리더라도 측정기를 불기 전에 물을 몇 잔을 마시고 불어라 등등 어떻게 하면 안 걸리는지가 최고의 관건이었다. 갑자기 대리운전에 안 쓰던 돈을 쓰자니 대리 운전비가 나은지 택시비가 나은지 계산을 하는 집단적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 시기를 극복한 지금은 ‘술 마시고 운전하면 안 돼!’가 당연한 법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현재 성희롱·성폭력 금지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로 또 한 번 통증을 앓고 있다.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는 성적 언행을 하면 안돼!’와 ‘직장 내 우위관계를 이용해 타인을 괴롭히면 안돼!’가 상식이 될 때까지 통증을 앓게 된다.

성희롱·성폭력 근절이 ‘근절’이 아닌 ‘금지’가 공직사회의 규칙이 될 때까지 사회가 노력한 것은 처벌 강화였다. 여전히 ‘아무도 본 사람 없어, 증거 없어, 네가 말 안 하면 돼, 이만한 일은 문제 삼지 말고 넘어가면 돼’가 성문화로 잡혀있는 한 금지는커녕 근절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 피해를 말해도, 신고하고 접수해도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 일을 문제 삼아도 2차 가해를 하지 못하도록 또 한 번 규정을 정비하고 처벌을 강화했다. 성희롱이 만연하던 조직문화를 성평등한 조직문화로 바꾸려는 지금 예방교육과 재발방지로 집단적 스트레스에 놓였다. ‘다른 사람의 동의 없이는 성적 언행을 하면 안돼!’가 일반적 원칙이 될 때까지 이 통증은 지속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예방하는 제도다. 즉, 업무를 하되 업무 범위를 초과한 요구를 해 종사자를 괴롭히지 말라는 것이다. 종사자가 업무 외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로 생계가 걸린 직장이나 생명을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명령하복’이 익숙한 조직문화를 ‘노동자 인권’ 강화로 관리자와 종사자가 평등한 조직문화로 만들자니 적응이 힘들다. 그러니 갑질 근절 전에 ‘요즘 애들 어렵다, 을질이 더 무섭다’ 이런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공직사회의 처벌 강화를 보면 그 사회의 방향이 보인다. 지금 사회는 각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추구한다. 공직사회 변화를 우선하는 것은 공직사회가 사회 전체문화를 선도하기 때문이다. 2차, 3차 술자리로 이어지던 공직사회 회식문화가 찻집 문화로 바뀌고, 음주운전을 서로 못하게 말리는 문화가 되었다. 이제는 공직사회가 성희롱과 갑질 없는 평등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제도를 만드는것 보다 어려운 것은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아무리 법과 제도를 강화해도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그만큼 아픔을 오래 겪어야 한다. 성희롱·성폭력 금지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더 이상 캠페인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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