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미래의 주거 문화, 그리고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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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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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경남청렴클러스터 사무국장
이수경 경남청렴클러스터 사무국장


필자의 업무 중 하나는 연구자가 아닌 실무자의 입장에서 주민자치(住民自治)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자 행정과 민간의 중간에서 지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위해 여러 지역의 많은 주민을 만나다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 대한 고민들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화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시골 지역에는 청년 인구가 없다. 65세 어르신이 더 나이 많은 어르신을 돌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돌봄 봉사를 하는 단체에서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적이다. 도시 또한 홀로 지내는 어르신의 인구는 늘어가고 노인 돌봄이는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웃과 함께 하는 주택이 늘어가는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의 새 트렌드처럼 여러 세대가 자유롭게 모여 사는 주거 단지를 만들면 어떨까. 정원과 마당을 갖추고 그곳에서 아이들이 부모, 할머니와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것은 상상만해도 기분좋은 일이다. 이웃 어르신들을 할머니, 할아버지로 여기고 소통함으로써 아이 돌봄과 어르신 돌봄이 일부분 해소될 것이다.

정부에서 돌봄을 위해 특정 공간을 조성하고 운영하는데 예산을 투입하는 형태의 소비성 강한 정책은 이제 재진단을 해봐야한다. 이동에 제한적인 어린이와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에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파트는 공동체라 말하기 무색하다. 이웃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의 요구에 맞춰 설계하다 보니, 이웃사촌은 먼 나라 얘기가 됐다.

독일 노후 문제 연구센터의 사회 변화 조사 결과,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자녀가 커서 부모의 집 가까이에 거주하는 확률은 낮았다. 1996년에 성장한 자녀 중 약 38%가 부모와 이웃하거나 같은 도시에 살다가 8년이 지난 2014년에는 약 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고전적 개념의 가족이라는 의미가 사라져 노년에 외로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소규모 단지에 가구별로 분리 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이 거주하도록 서로 이어져 있는 구조의 주거 공간, 주민들의 왕래가 쉽고 공동 정원을 가꾸며 마당을 사용하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돌봄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율을 낮추는 계획과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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