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3]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03]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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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이 멋지음이 지킴이
앞서 ‘지문(指紋)’이라는 말 대신 ‘손가락무늬’라고 알려 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던 게 생각이 나실 것입니다. 아이들도 아는 쉬운 말을 썼으면 좋겠다는 말씀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어려운 말을 쓰는 것을 보면 저로서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어른들이 날씨를 알려 줄 때도 ‘집중호우’, ‘폭우’라는 말을 쓰는데 아이들은 알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런데 이맘 때 아이뜰(유치원) 아이들이 배우는 말에는 ‘비가 많이 와요’가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비가 많이 와요’가 딱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오는 비를 뭐라고 할까? 아이들한테 묻고 아이들 이야기를 다 들어 준 다음 ‘동이비’라는 말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술을 담은 ‘술동이’, 물을 담은 ‘물동이’이고 오줌을 담아 두면 ‘오줌동이’입니다. 그런 동이 가운데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양동이’라고 한다는 것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런 말을 바탕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말도 쉽게 토박이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화분(花盆)’이 있는데 이 화분은 한자말로 ‘꽃 화(花)’에 ‘동이 분(盆)’자를 쓰거든요. 그래서 토박이말로 바꾸면 ‘꽃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이 잘 쓰지 않는 말을, 말을 할 때 쓰기는 더 힘들고 글로 쓸 때는 그나마 한 번 더 생각을 해서 쓰기 때문에 쓸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말을 써 보는 것이 좋고 어떻게든 좀 더 자주 보고 들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아이들한테 될 수 있는 대로 어릴 때부터 자주 보고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거듭 드리는 까닭도 거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우리 마을 사람들이 하는 일’을 배울 때도 ‘경찰관’, ‘소방관’, ‘헤어디자이너’, ‘집배원’ 같은 말이 나옵니다. 이처럼 일을 나타내는 이름 가운데 토박이말로 된 것이 거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가 흔히 ‘작가’는 ‘지은이’라고 하듯이 ‘디자이너’를 ‘멋지음이’라 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한테 일 이름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생각해서 말해 보라고 하면 아직 때 묻지 않은 아이들 머리에서 남다른 그야말로 창의적인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지킴이’라는 말은 집에 있는 구렁이를 ‘집 지킴이’라고 할 만큼 아주 옛날부터 써 오던 말입니다. 그리고 잘 아시다시피 이 말의 짜임은 ‘지킴+이’로 ‘지키다’의 이름씨꼴 ‘지킴’에 사람을 나타내는 ‘이’를 더한 것입니다. 이런 말의 뜻과 짜임을 가지고 생각하면 좋은 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먼저 집을 지키면 ‘집 지킴이’, 마을을 지키면 ‘마을 지킴이’인데 요즘 학교에서 배움터를 지키는 ‘배움터 지킴이’라고 하지요. 이 말은 참 잘 만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가 가게나 일터를 지키시는 분들을 다 ‘지킴이’라고 하면 더 좋겠습니다.

어떤 말이 더 쉬운 말이고 우리말다운 말인지 묻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일찍부터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해 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토박이말을 배우고 익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데 힘과 슬기를 모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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