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야 찾는다 경남관광 역설계 [2] 다시 오고 싶은가요
설레야 찾는다 경남관광 역설계 [2] 다시 오고 싶은가요
  • 임명진
  • 승인 2023.07.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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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 인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이 바가지 상술을 근절하겠다며 엎드려 사과했다. 수도권 최대의 어시장으로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곳은 일부 상인들이 상습적인 바가지 상술과 지나친 호객행위가 논란이 됐다. 누구나 휴대폰으로 전국 어느 축제현장을 ‘미리보기’ 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온라인 상에서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부정적 여론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이에 놀란 상인 100여 명이 자정대회를 연 것이다. 상인들의 자정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번 소비자 신뢰를 잃은 관광지가 관광명소 이름값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관광지, 축제현장에서 빈약한 음식에 바가지 요금을 붙였다는 불만은 이제 기본옵션처럼 나온다.

◇너무 비싼 축제…지역 이미지 추락

“어묵 한 그릇에 1만원? 두번 다시 지역 축제 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그 돈이면 외국여행을 가겠다.”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서 전국 지자체 마다 미뤘던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고질적인 바가지 물가와 과도하게 몰리는 인파를 감당못해 오히려 도시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한 일본인 유튜버가 함평 나비축제를 찾았다가 공개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어묵 한 그릇에 1만원’이라니 영상을 본 시청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다른 지역 축제에서도 음식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불만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남원 춘향제에서도 부실한 음식이 도마 위에 올랐고,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지역 축제를 찾았다가 시중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싼 전통과자를 사야만 하는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경남의 축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4년 만에 열린 대표적인 봄꽃축제인 진해군항제를 방문한 한 관광객은 부실한 음식에 비싼 가격을 경험한 후기를 인터넷에 올렸다.

지역 축제의 이러한 민낯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느 축제장을 가도 임시 천막으로 꾸려진 간이음식점에 파전과 막걸리, 바비큐, 비빔밥 등 엇비슷한 먹거리가 비싼 가격에 제공된다. 배고픈 관광객들은 어쩔 수 없이 사 먹어야 한다.

지난 4월초에 진해군항제를 가족과 함께 찾았다는 이민정(48·여)씨는 “왜 시중가보다 비싸게 음식값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비단 바가지 상술만이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함안의 이름난 축제인 낙화놀이는 올해 대소동을 겪었다. 화려한 불꽃으로 유명한 낙화놀이를 보려고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결국 일부 행사가 취소되면서 관광객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우상 경남관광박람회 조직위원장은 “어느 행사장이든 수용력이 있지만 이를 넘겼을 경우 인근 주민들이 불편해지고, 관광객들 역시 쾌적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오히려 반감 효과를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 예측은 어렵지만, 수용력 예측은 가능해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교통 상황을 제공하고 주변 관광지로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지를 찾아서 밥값보다 차값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요즘 젊은 층의 여행트렌드. 분위기, 인테리어, 플레이팅은 카페를 고르는 기준이 된ㄷ. 
낡고 좁고 오래된 가게라고 마냥 외면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럴듯한 스토리가 입혀진다면 노포의 매력은 급상승. 
◇코로나 이후 관광·여행이 달라졌다

그런만큼 이제는 지역 축제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축제 대신 새로운 것을 찾는 관광객의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고, 유명 관광지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지역과 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캠핑이나 차박 등의 독특한 방식의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워케이션 문화가 확산되고 여행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을 얻고 이를 SNS 등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 호텔 숙박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의 2021년도 국내여행객의 호텔 숙박 비중은 36.4%로 20대 이하(41.2%), 30대(39.9%)가 여타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2022년 3/4분기 국민여행조사에서도 코로나 이전보다 워케이션, 한달 살기 등 장기체류 여행이 늘어나는 동시에 주말, 연차 등을 활용해 근거리를 자주 방문하는 단기 여행 수요도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경남은 숙박시설이 전국대비 부족한 수준(전국대비 숙박시설 개수 7.2%, 호텔 개수 6.6%)이며 4성급 이상 호텔 비율은 7%로 전국 평균 12%을 크게 하회한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경남을 찾는 관광객들의 목적도 인근 부산과도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에 발표한 ‘부산·경남지역 관광업 발전 방안’ 보고서를 보면 부산은 20~30대 관광객 비중이 높고 쇼핑이나 레저 체험 위주의 여행이 많은 반면 경남은 50대 이상 관광객 비중이 높고 역사문화유적 탐방 목적의 여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경남은 고속철도 및 공항과 주요 관광지간의 접근성이 낮아 수도권 관광객의 단기여행에 불리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찾아가는 여행보다 체험하는 여행이 인기를 누리는 시대, 관광상품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경남의 강점, 관광에 접목해야

경남의 관관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국의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일본의 소도시 관광이 급증했던 것은 호젓하고 이국적인 여행지이면서도 여행에 필요한 숙박, 미식, 카페, 편리한 교통 등의 관광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대도시나 랜드마크 등 기존 관광지가 아닌 통영 동피랑 마을, 전주 한옥마을처럼 오래된 마을 골목, 시골 장터 등 독특한 일상의 공간을 현지인처럼 체험하는 지역사회 기반 관광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정책으로는 고령화 시대에 관광 유치 대상을 시니어 여행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경남은 자연경관, 역사문화 유적지와 풍부한 온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이를 치유, 의료 관광과 연계하는 경우 시니어 관광 수요확보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제7차 경남권 관광개발계획을 보면, 경남은 부곡온천(창녕군), 마금산온천(창원시) 등 53개소의 온천지구(구역)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 100개소, 강원 54개소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다. 하지만 시설 노후화, 연계 관광 부족 등으로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이천, 강원도 고성, 경북 울진군이 온천과 고급리조트, 워터파크 등을 연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남의 강점인 방산·조선 등 제조업 기반을 활용한 상설 전시관, 박람회 등 산업관광 개발도 제안되고 있다.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 독일의 아우토슈타트가 그 예다. 포르쉐, 아우디, 람보르기니 등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와 호텔,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을 갖춘 복합 자동차 산업관광단지다.

일본 고베 해양박물관은 고베항 개항 120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것으로 다양한 배들을 전시하고 바다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풍부한 해양 관광자원을 보유한 경남이 참고해 볼만하다.

임명진기자·김지원기자 sunpower@g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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