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빠져나간 울음이
먼 곳으로 흘러갔다 거슬러 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마음을 연대하듯 기대고 피어
스스로 빛을 내는 눈동자
*허수경 시인의 시 ‘탈상’에서 인용
-한린 시인의 ‘행간을 읽는 시간’
그렇지. 초록 잎과 초록 잎 사이, 꽃잎과 꽃잎 사이 스며들었을 햇빛과 바람, 바람에 실린 공기, 나폴나폴 날아들었을 나비와 벌, 지상의 구름과 일제히 한 방향으로 모아선 꽃잎의 시선, 그 사이를 읽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 설령 이별의 큰 슬픔으로 먼 길까지 울음이 내달린다 해도 그 시간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지. 무엇으로든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기 마련이지. 돌아와서는 먼 길 끌어간 울음만큼 슬픔의 힘으로 사는 일을 도모하는 거지. 화자가 따라간 행간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어도 슬픔의 꽃이 핀 사이에 화자가 읽는 행간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 그 신비한 슬픔의 행간에서 빛나는 눈동자들을 보는 거지.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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