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육지구 꽃다지 [1]온 마을이 배움터
행복교육지구 꽃다지 [1]온 마을이 배움터
  • 김성찬
  • 승인 2023.07.06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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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가 교실이고 온 마을이 배움터
글 싣는 순서
[행복교육지구] <1>온 마을이 배움터
[행복교육지구] <2>마을이 키우는 우리 아이
[행복교육지구] <3>공동체 힘으로 지역 살린다
[행복교육지구] <4>행복마을학교에는 행복이 산다

경남교육청의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짤막하게 풀어보자면 ‘모든 곳이 학교이고 모든 이가 선생님이 되는 교육’ 쯤 되려나. 학교와 마을을 잇고, 서로 뜻을 모아 수업을 하며, 학교가 미처 가르치지 못한 배움을 주고 또 받는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행복을 마주하고 어른들은 보람을 찾는다. 그 안에서 공교육은 새로운 혁신의 옷을 입고 새로운 지역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낸다. 뜻깊은 일이다. 그런데 행복교육지구가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어른들의 정치놀음에 아이들의 배움터가 좁아지고 있다. 좋다. 이 시점에서 시간을 ‘경남도의회와 경남도교육청의 충돌’ 이전으로 되돌려보자. ‘정치적 편향’도 지우고 ‘교육감 지지선언’도 걷어내고, ‘창원 간첩단 사건’도 치우자. ‘동학운동’이니 ‘학교교사 자리를 넘보자’는 등의 발언도 한번 잊어보자. 그러면 보일지 모른다. 아니, 그래야만 보일지도 모른다. 행복교육지구 안에서 웃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얼굴들 말이다.

 
김해봉황초 2학년 아이들은 사계절 나들이를 통해 계절 감각을 느끼고 자연의 조화와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어린이로 자란다. 5월은 인근 봉황대에서 봄산책과 함께 다양한 생태놀이를 진행했다. 칡줄기를 이용해 거품 놀이를 하며 물관이 있음을 놀이를 통해 확인하는가 하면 새와 곤충의 시야를 직접 체험해보는 ‘하늘 거울 놀이’도 하며 자연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관찰했다.


행복교육지구의 주요 성과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다양한 마을 자원을 통한 학교교육의 다양화’다. 마을이 가진 갖가지 공간과 시설, 주민들의 재능을 이용해 공교육의 태생적 혹은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도내 16개 지역 74곳의 ‘학교형 마을배움터’와 6개 지역 9곳의 ‘행복마을학교’의 연계활동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주지 못하는 체험과 경험을 선물한다. 제일 먼저 김해 봉황초등학교로 가보자

◇김해봉황초등학교=학교는 ‘행복 다다름’ 교육과정을 만들어냈다. ‘다다름’은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이른다는 뜻이다. 또 ‘다름’이 ‘많다’는 뜻도 품고 있다. ‘아이들마다 품고 있는 각양각색의 행복에 다다르다.’ 멋진 말이다. 학교는 획일적인 내용과 방법의 가르침에 손사래를 친다. 대신 ‘학생들을 어떤 배움으로 어떻게 성장시킬까?’라는 고민에서 출발점을 다시 찾았다.

1학년 아이들의 목표는 ‘놀면서 배우고 나누는 행복한 1학년’이다. 자연을 닮은 아이, 마음이 따뜻한 아이, 배움이 단단한 아이로 키우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절기교육이나 자연놀이 같은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학교 주변의 들판이나 학교 숲 체험에는 마을주민들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된다.

 
김해봉황초 2학년 아이들은 사계절 나들이를 통해 계절 감각을 느끼고 자연의 조화와 자연에 관심을 기울이는 어린이로 자란다. 5월은 인근 봉황대에서 봄산책과 함께 다양한 생태놀이를 진행했다. 칡줄기를 이용해 거품 놀이를 하며 물관이 있음을 놀이를 통해 확인하는가 하면 새와 곤충의 시야를 직접 체험해보는 ‘하늘 거울 놀이’도 하며 자연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관찰했다.
5학년은 마을공동체를 알아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1년을 ‘모으다, 잇다, 품다, 나누다’ 4개 학기로 나눠 ‘(봄)마을 생태환경 모으기·(여름)마을 생태환경 이어가가·(가을)마을 생태환경 품기·(겨울)마을 생태환경 나누기’ 활동을 이어간다. 희망하는 아이들은 ‘봉황마을 탐험대’를 만들어 지역 마을배움터 마을교사와 함께 신나는 동네 탐험도 즐긴다.

실천적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6학년 아이들은 제법 어른스럽다. 김해YWCA 도움을 받은 제로웨이스트 활동과 마을교육지원가와 함께하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펼친다. 아이들은 더 나아가 업사이클링 제품을 나눔하거나 학부모들이 마련한 아나바다 장터에 종이팩·병뚜껑 모으기 부스를 세우기도 하고 비슷한 종류의 캠페인도 기획해 낸다.

학교의 ‘행복 다다름’은 교육과정 전반에 적용되지만 특히 마지막 테마학기인 ‘꿈학기’에서 꽃 피운다. 마을교사와의 협력수업을 통해 배운 샌드아트, 합창, 뮤지컬, 국악 등을 ‘성장발표회’를 통해 맘껏 뽐내기 때문이다. 김미현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은 배움이 자신의 삶과 관련 있을 때 그 즐거움과 의미를 더 잘 깨닫습니다. 이런 면에서 마을교육과정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배울 수 있는 상황에서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배움의 확장입니다. 아이들이 마을을 자신의 삶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마을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학습의 주체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성행복교육지구=고성군 행복교육지구는 고성여중을 비롯해 철성중, 동중, 회화중 등 4개 학교의 자유학기제 운영을 돕고 있다.

이곳의 마을교사들은 나전칠기 수업이나 캘리그라피, 배드민턴, 중국어, 서예수업 등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물론 문화예술·체육·동아리 활동 등의 수업에도 적극 힘을 보탠다. 철성중학교 얘기를 들어보자.

학교는 1학년 자유학기제를 지역민 마을교사와 함께 꾸려나간다. 독서나 체육, 진로탐색 등의 분야에서 재능이 있는 마을교사와 학교 선생님이 함께 협력수업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마을교사와 함께하는 자유학기제는 학교 교육의 범주를 계속 확장시킨다. 또한 지역교육공동체의 성장도 도모한다. 마을교사의 수업콘텐츠와 재능에 학교교사의 교육과정 설계능력과 수업요령이 합쳐져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따뜻한 배움이 일어난다. 우리마을 누군가의 학부모이자 지역민인 마을교사들은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이들을 다른 어떤 외부강사들보다 더 잘 포용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협력수업은 교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와 연결된다. 아이들은 자유학기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취미와 진로를 찾는가하면, 방과후 관련 시설이나 기관을 찾아 또다른 역량을 키워나간다. 이지흔 교사의 얘기다.

“학교가 지닌 환경을 넘어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육공동체 모두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지속적인 행복교육지구 연계 자유학기제 운영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수혜가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습니다.”

김성찬기자

 
안준하 학생

[인터뷰]안준하 진양고등학교 학생자치회 회장

진주 진양고는 ‘지역사에 대한 배움을 바탕으로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말이 좀 거창하지만 풀어보자면 진주지역의 형평운동이 담고있는 사람존중의 정신을 가진 지역민으로 성장하고,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민주시민이 되는 교육과정, 이른바 ‘글로컬(글로벌+로컬)형평의 진양인’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와함께 전국 최초로 ‘공정무역학교’를 표방, 지역의 기관들과 함께 공정무역 장터를 운영하며 수익금은 지역에 기부하는 기특한 일도 하고 있다. 지역과 동행하는 진양고의 안준하 학생자치회 회장의 이야기다.

“학생자치회를 운영하면서 우리의 도전과 시도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희는 지역사와 연계해 사람 존중의 가치를 배우고 이를 진로와 연결시켜 삶에서 실천하는 프로젝트, 공정무역학교 운영으로 마을의 자원을 이용하고 마을에 기여하는 나눔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과 학생의 특성을 반영한 특색교육과정이 주제중심 교과융합수업 프로젝트로 확장돼 자육 교육과정 주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점심 자투리 시간에는 국제분쟁과 기후위기, 역사 문제의식을 펼치는 캠페인이 열리거나 텃밭 농산물, 공정무역 장터가 열리고, 밴드부의 공연과 각종 수업활동 결과물 작품전시회가 일상적으로 진행됩니다. 학교와 마을이 만나 확장된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속에서 저희는 다양한 경험의 주체이자 학교의 주인이 됩니다. 저희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성찬기자

김해봉황초 6학년 학생들은 지난 5~6월을 환경 및 생태 학기로 정하고 이 기간동안 ‘친환경 마을 지킴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양말목을 활용해 물병 가방을 만들며 내 삶에 보탬이 되는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합친 말) 활동을 해보거나, 아이들이 모은 병뚜껑으로 치약짜개를 만들어 보고 제품도 직접 구매하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체험을 했다.
김해봉황초 6학년 학생들은 지난 5~6월을 환경 및 생태 학기로 정하고 이 기간동안 ‘친환경 마을 지킴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양말목을 활용해 물병 가방을 만들며 내 삶에 보탬이 되는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합친 말) 활동을 해보거나, 아이들이 모은 병뚜껑으로 치약짜개를 만들어 보고 제품도 직접 구매하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체험을 했다.
 
고성여자중학교의 캘리그라피 수업 장면. 학생들은 고성행복교육지구 마을교사와 함께하는 자유학기제 예술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배움을 경험한다.
고성 회화중학교는 마을과 연계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전통 공예(자개, 민화 등) 및 생활공예 활동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마을교사 협력수업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공예 활동을 탐색하고 관련된 진로를 미리 경험한다.
 
진양고등학교 학생들이 노동 약자 보호, 아동 인권 보호, 지구환경 살리기 등 공정무역 가치 알리는 홍보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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