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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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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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한국시인협회 사화집 ‘境界’에 실린 경남의 10인(2)
김수복 시인은 함양에서 출생(1953)했으나 초등학교는 산청 금서면 화계리 소재 금서초등학교를 나와 대구로 가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고 단국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그는 한국 사립대학총장협의회 경기지역 부회장을 거쳤다. 2018년 한국시인협회상을 받았고 1975년 월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그해 박재삼 시인은 삼천포 한려문화제에 내려왔을 때 필자에게 “김수복을 아느냐?”고 물었다. “글쎄요”라 답했더니 “이번 한국문학 신인상(심사 박재삼)에 당선된 시인인데 강 시인이 고향 선배라 하던데…”라는 것이었다. 나는 곧장 고향 화계리에 있는 사촌 아우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그래서 김 시인이 신아리 외갓댁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외가는 진주교대 행정부서에 계셨던 민 선생댁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골 초등학교 10년 후배가 시인이 되어 뒤를 따라오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 뒤 김 시인은 시집 ‘지리산 타령’에서 유년의 초등학교 운동장과 전쟁의 현장성을 스케치하여 묘한 동시대의 울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이후는 김 시인의 개별적 성장기였다. 한국시인협회 부회장, 한국가톨릭문인회장 등과 대학내의 놀랄 만한 탄탄한 입지를 보면서 그가 이미 대학의 역사를 쓰고 있음을 보았다. 필자는 이 광경을 시골 초등학교 동창회에 알려 총장 당선과 취임식의 파발마가 되고 있었다. 총장에 어느날 날짜를 받아 당선되는 것이지만 그냥 정해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시인의 능력이 소리 없는 장력과 돌파를 거듭하여 당도한 것이며 자식 하나 키우기 위해 함지박이고 바람부는 경호강변을 조용히 쓰다듬으며 먼 길 대구로 떠났던 시인의 어머니 그 행보의 보답임을 아는 사람은 알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딘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열린 총장 취임식에 갔는데 가서 보니 그 많은 문인들 가운데서 문인은 필자 한 사람, 그 많은 고향민과 동창들 가운데서 필자 한 사람만 이 장소 저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필자는 김 총장이 시인 한 사람을 불러 나무 한 잎으로 시를 쓰듯이 시를 쓰고 있지 않는가, 일엽편주가 떠올랐다.

그가 낸 작품은 ‘산울림’이다.

“먹구름 지나간 산 너머/ 달이 뜨면 너는 자고/ 해가 뜨면 너는 웃고/ 혼자서도 잘 자고/ 늦게 일어나도 잘 웃는다// 소나기 지난 싸움 뒤에도/ 웃으며 앉아 있는 너에게/ 이 산 저 산/ 풍문이 돌았다// 경계가 아니라 관계라고/ 산들은 더 울었다”

‘산울림’은 달이 뜨면 자고 해가 뜨면 웃는 것이다. 혼자서도 잘 자고 늦게 일어나도 잘 웃는다. 어느 순간 김수영의 패러디(긴장 효과)를 보게 된다. 산울림은 여기 저기 경계 너머에서 울지만 따로 우는 것이지만 서로의 관계를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경계가 관계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너의 편, 나의 편이 아니라 관계로 이웃으로 동행하는 이미지로 읽는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송배 시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 김송배는 1943년 합천 출생으로 1983년 ‘심상’으로 등단했다. 40세에 등단했으니 이병주처럼 후문학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노자풍의 시세계는 합천의 ‘남천강’ 연작에 잘 녹아 있다. 그는 어려서 고향에서 체험했던 사실들을 찬찬히 풀어서 토포필리아(장소애)적 지향이라 할까 그 정서에 젖는 시인이다. 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그의 고향 행사에 가서 그 리듬에 젖어보아야 시인의 힘이나 격(格)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경계에 대하여’를 쓴다.

“나는 이쪽 너는 저쪽/ 가시 철망으로 선을 그어놓고/ 서로 총칼로 대치하고 있다./ 나는 그쪽으로 너는 이쪽으로/ 쳐다보는 하늘은 저리도 푸르기만 한데/ 문득 푸드득 새 한 마리 날아와서/ 한가롭게 경계선을 넘어 자유롭다”(작품의 앞부분)

경계는 가시 철망이고 총칼 대치이다. 서로의 하늘을 서로가 넘겨다보지만 하나로 푸르다. 그런데 푸드득 새 한 마리 경계가 자유롭다. 자유로움이 아픔이다. 물리적으로 바로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송배 시인은 주제 ‘境界’를 제시받으면서 경계의 선을 가장 확실한 것으로 선택하고 있다. 시인은 주민등록증 없이도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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