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12회 인구의 날에 부쳐
[기고]제12회 인구의 날에 부쳐
  • 경남일보
  • 승인 2023.07.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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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신 경남도의원
조현신 경남도의원


처음 ‘지방소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생경함을 기억한다. 저출생 문제가 조금씩 회자되고 있을 때였는데, ‘지방’이라는 말과 ‘소멸’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서는 자치단체의 소멸이지만, 내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을 간단히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그 생경함도 사라진 지 오래다. 그보다 더 심각한, 아니 그 말을 현실로 만들 사례와 통계들이 계속해서 밀어닥치고 있다. 이제 인구 문제, 좁게 말해 저출생 문제는 어떠한 사회 현안에도 앞서는 최상위 개념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참으로 수많은 진단과 정책, 그에 따른 예산이 투입됐다. 지난 15년간 물경 350조를 저출생 해결에 들이부었고, 지난 한해만 자치단체가 뿌린 출산장려금은 5700억이 넘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전국 합계출산율 0.78, 서울은 그보다 훨씬 낮은 0.59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반문할 필요가 있다. 출산율만 회복하면 인구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다시 ‘지방소멸’로 돌아가 보자. 이 신조어의 출처인 ‘마스다 리포트’의 주된 내용은 2040년 일본의 시·구·정·촌(한국의 읍·면·동·리)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런 충격적인 예측에 가려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은, 이 보고서가 그간 일본사회가 골몰해 온 출산율이 아니라 가임기 여성인구의 감소와 청년인구의 ‘이동’을 인구문제의 핵심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가임기 여성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한다. 이동한 인구는 비싼 집값과 생활비에 허덕이며 결혼과 출산은 꿈도 못 꾼다. 젊은이들로 북적대도 아이를 낳지 않는 수도권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이제는 떠날 인구조차 없는 지방은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유령도시가 된다.

이는 이미 1960년대 존. B. 칼훈의 쥐 실험에서도 증명되었다. 한정된 공간과 먹이 안에서 개체수가 증가하면 출산율은 감소한다. 즉, 밀도와 출산율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인 조영태 교수 또한 현재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을 수도권 인구집중이라고 짚었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극심한 경쟁감을 갖고 살다보면 ‘내가 살아야지’와 ‘내가 빨리 후손을 낳아야지’ 중 ‘나부터 살아야지’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진행되어온 수도권 중심의 정책은 압축 성장을 가져다준 대신 초저출생이라는 난제를 남겼다. 지금 이대로라면 지방과 똑같이 수도권도 위험하다. 지방소멸에 나아가 국가소멸의 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강력하고 물리적인 분산 정책이 필요하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가임기 여성인구도 일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혁신도시의 성공이 바로 그것이다.

진주혁신도시는 철저히 미완(未完)으로 남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혁신도시를 완수(完遂)해야 한다. 나눠먹기는 또 다른 도시들을 미완으로 남겨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성장 밖에 이룰 수 없다.

그리고 그 때의 최고 목표는 수도권 인구의 분산이어야 하고, 특히 수도권으로 떠나려는 청년을 붙잡는 대신 지역에 남고자 하는 청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는 ‘지방에 사는 행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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