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문화예술교육 이제는 질적 향상 추구해야
[경일시론]문화예술교육 이제는 질적 향상 추구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0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중기 논설위원
한중기 논설위원


매주 월요일마다 17주 동안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오늘 삶 속의 민요’라는 부제로 전문 국악인이 진행된 남도민요와 판소리 강좌였다. 평소 관심이 많았지만, 지난 주 마지막 발표회까지 딱 한 번 빼고는 모두 참가해 스스로도 놀랐다. 타고난 소질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우리 소리의 매력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함께 소리 공부를 했던 분들도 얼추 비슷한 감정선을 보였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의 소양을 이제야 찾은 것처럼 행복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같은 시기에 진행된 합창프로그램 참가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학창시절 또는 젊은 시절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문화예술에 대한 갈망을 뒤늦게 해소하는 참가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이 갖는 함의를 엿볼 수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은 이제 보편화된 프로그램이다. 전국 곳곳에서 지자체나 문화원 문화예술회관 등 문화기반시설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행 프로그램이 많아 관심만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만3583건의 프로그램에 265만 명이 참여했다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에는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참여율이 11.4%나 됐다. 문화예술 관람참여 비율이 2.3%에 불과한데 비하면 높은 수치다.

문화예술교육은 잠재된 개인의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문화예술의 기본 가치인 예술성이나 심미성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세상을 보는 고차원적 시각을 배우기 위한 교육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문화예술의 힘이다. 문화예술 활동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예술 수준과 역량을 높이게 된다. 유아기부터 문화예술과 친숙하다보면 성인이 돼서도 문화예술을 즐기고 노년의 삶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생활문화가 생활체육처럼 활성화되면 시민은 문화수용자인 동시에 문화생산자가 될 수 있다. 문화의 다양성도 가능해진다. 문화민주주의 추구에 따른 사회현상이랄 수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문화향유기회를 늘리고 문화예술의 지방화를 추구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문화의 대중화가 관건이다. 여기에는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가 전제된다.

문화예술교육의 목표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의 입법 취지처럼 명백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자체와 여러 기관에서 실시되고 있는 각종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내용이나 수준에 객관적 기준이 없어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다. 모집인원 확보라는 양적목표에 치중하다 보니 유행에 민감해진다.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이 중복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쏠림현상도 나타난다.

사정이 이러니 문화예술교육의 결과 평가도 구체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과정의 연속성 기준은 양적평가에만 매몰되기 십상이다. 편리하고 손쉬운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반드시 필수여서는 안 될 문제다. 양적 보급에 우선하다 보면 질적 수준에 의문이 가기 마련이다. 질적 수준은 강의 참여 숫자가 아니라 내용과 강사능력 문제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단순히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으로 여기는 경향 탓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은 그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문화예술 인력 공급확대와 질 높은 양질의 프로그램 확충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민 관심 제고를 위한 동기부여 방안도 모색해야할 과제다. 일선 현장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관계자들의 적지 않은 노고 덕분에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두는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다만, 본질적인 교육목표 추구를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기에 한 번 짚어 본 문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