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각광받는 도시광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각광받는 도시광산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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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鑛山)은 사전적으로 인류생활에 유용한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사업장이지만, 광물자원을 채굴하는 장소뿐만 아니라 채굴 후 광석을 처리하는 선광(選鑛)·제련시설과 기타 공작소·숙소 등 부수적인 자산도 포함된다. 고고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광산은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에 있는 라이언 케이브(Lion Cave)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분석을 통해 약 4만 30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구석기인들은 이곳에서 주철이 함유된 적철광을 채굴해 붉은색 황토원료를 만들어 냈다. 비슷한 시기에 네안데르탈인은 헝가리 지역에서 무기와 도구를 생산하기 위한 부싯돌을 채굴하는 광산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광산개발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낙랑(樂浪)의 유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낙랑고분에서 금상감동관·쇠로 만든 화살촉·구리로 만든 도장(銅印) 기타 금·은 장신구 등의 출토품이 나왔다는 사실과 부여(扶餘)가 금생산국이었으며, 또 진한(辰韓)에서는 금·은의 산출뿐 아니라 철의 수출 및 시장거래가 성행했다는 사실로 보아 당시에 금·은·철·동을 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광업은 삼한시대에서부터 거의 2000여 년에 걸쳐 발달해 왔으며, 특히 금·은 광업이 중심이 돼왔다고 할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석탄의 산출지를 알려 주는 기록이 있는데, 609년(진평왕 31)에 모지악(毛只嶽)에서 땅이 탔으며, 657년(무열왕 4)에는 동토함산지(東吐含山地)가 탔다고 하였다. ‘고려사’에는 1180년(명종 10)에 평양 주재 관리가 의연촌(衣淵村)에서 땅이 타고 매연이 끊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사’에 따르면 1029년(현종 20)에 문희현(聞喜縣), 즉 현재의 문경시에서 수정이 산출됐고, 1193년(명종 23)에는 포항시에서 마노(瑪瑙)를 헌납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의 금·은 생산이 부진했던 것은 당시 석금(石金)의 탐사·제련기술이 별로 발달하지 못했던 때문으로 판단된다. 금·은과는 달리 철과 동은 고려시대에 생산이 활발했으며, 특히 동의 경우에는 고려동(高麗銅)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태조는 집권하자마자 군사력의 증가뿐 아니라 광산개발에도 주력해, 황해도 서흥(瑞興)에 관인을 파견해 철광채굴에 힘썼으며, 명나라에 대한 금·은의 세공(歲貢) 때문에 함경남도 단천에 군인 80인을 투입해 채금을 시도한 바 있다. 함경남도 단천군의 은광산은 조선 중기에 들어와 폐쇄와 개발재개의 반복을 거듭했던 광산으로 1503년(연산군 9)에는 단천 은광산에서 산출되는 연광(鉛鑛:납을 캐는 광산)에서 은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로 인해 단천을 비롯한 그 부근의 많은 광산들이 개발됐다고 한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체계적인 광산개발이 시작돼 광업의 혁신적인 발전을 보게 되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금속에 대한 국제시세의 하락, 인건비의 상승, 환경 부담금의 증가 등으로 인해 금·은 광산을 제외한 대개의 금속광산들이 휴광 혹은 폐광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석탄을 비롯한 다수의 비금속광산들은 아직도 개발에 활기를 띠고 있으며, 새로운 광산의 개발이나 개발 중인 광산의 새로운 광체의 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도시광산(urban mine)이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시광산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에 일본 도호쿠대학의 난조 히데오교수가 만들었다.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 생활 폐기물과 폐촉매, 폐액 등 사업장 폐기물에서 기계적, 화학적 처리를 거쳐서 희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이 무한대로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자원의 재활용을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도시광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캡슐형 소재를 개발해 세계 최고수준인 99.9% 회수효율의 금 회수공정 설계에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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