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화 P&I 교육코칭연구소 대표

내 안의 일 중독과 작별하기 그리고 회복하기
그러던 어느 날, 이대로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다소 무서운 상상을 했고,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으로 잦은 잠수를 탔다. 우울의 시작이었다. “여순화! 쟈가~ 잘나가더니 눈에 뵈는 것이 없다, 전화를 안 받는다” 등 주위 사람들은 ‘변화된 나를 거부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여과 없이 전했다. 우울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쏟게 했다. 대인 기피증 늪에 빠졌다. 처절한 슬픔이었다. 당시 나에게 절실한 것은 ‘회복적 삶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받았다. 일을 줄이고 무조건 걷기 시작했다. 그동안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나를 자주 위로했다. 동시에 내가 흥미 있고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찾아 기록한 후 그대로 했다. 긴 시간, 일 중독으로 인한 정서적 허기와 미뤄왔던 마음 속 호기심을 회복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했다.
서서히 일 중독의 당위로부터 해방된 나는, 예전에는 맛보지 못한 높은 차원의 삶과 연결됐다. 요즘은 ‘삶이 무척이나 다채롭고 경쾌하다’는 기쁨을 맛본다.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운 걸 보니 분명코 지복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완벽하게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면, 나는 ○○를 하고 싶다”는 질문을 한다면? 툭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기를 권한다. 필자의 경우, 영화관에 간다. 꽃을 산다. 서점에 간다. 하늘 사진을 찍는다. 시나몬 가득한 카푸치노를 마신다 등 순식간에 여러 반응이 쏟아진다.
이유는 단순하되 단단하다. 매일 삼십 분 이상 회복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오롯한 내 안의 힘이자 생의 유희가 생긴 것이다. 이 얼마나 달콤한 낭만인가. 이제, 세상의 ‘하고잡이’들에 말한다. “생의 다채로움을 찾는 회복을 시작합시다. 그리고 마땅히 누려야 할 생의 낭만을 포기하지 맙시다.” 나는 오늘도 시나몬 가득한 카푸치노를 마신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잘가, 번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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