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허장성세(虛張聲勢)
[천왕봉]허장성세(虛張聲勢)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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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
유래를 찾으려면 기원전 때인 춘주전국시대, 제자백가(諸子百家)간 자웅을 겨룬 한 전쟁터에서의 일이다. 실속없이 장대한 목소리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려한 전술의 일종으로 ‘허세’ 정도로 이해되는 허장성세가 주위에 많다. 허영심이거나 속물(俗物) 정도로 표현될 지경, 스노비즘(snobbism)으로도 연관지을 수 있다. 실력없이 껍데기만 요란한 과시욕의 산물로도 비약될 만 한 말이다.

▶얼마전 한 기초자치단체서 의전차량으로 대당 1억원에 육박하는 승용차를 따로 구입한다는 계획이 구설에 올랐다. 시군구에 온 외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한 차량이 별도로 운행되어야 한다는 당위는 있다.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땅, 한국은 200개가 넘는 국가가 존재하는 지구상 유례가 흔지 않은 문화적 일체감이 독특한 나라다. 순정성은 차치하고, 단일민족 후예라는 역사적 전통이 배경일 것이다. 특정한 문제나 이슈가 부각되면 일순간 나라, 국민 전체의 공통관심 사안이 된다. 강원도에서 제주도,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손님을 접대하는 방식과 예법에 큰 차이가 있을리 없다.

▶판이한 문화 혹은 범절의 차별성이 유난하거나, 국가간 이익이 첨예한 외교와 달리 국내 시군구간 교류가 대부분일 ‘우리끼리’의 의전이 특별해야 할 이유가 뭘까. 꼭 고급이거나 큰 차로 손님을 맞아야 할 까닭이 무언가 말이다. 있는 그대로, 형편대로 맞아도 결례가 아니다. 자치단체별 실국에 배치된 필요 이상의 다수 업무용 차량으로 대체하면 될 일이다. 차량으로 의전수준을 가늠한다면 시대착오적 퇴행이다. 정승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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