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아노미 현상에 빠진 사회
[경일칼럼]아노미 현상에 빠진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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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시여 억수로 비 쏟아져 땅을 휩쓸던 날.’ 나태주 시인은 장마를 이렇게 표현 했다. 간단 명료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 나태주 시인의 매력이다. 그래서 필자도 나태주 시인을 좋아한다. 한반도는 본격적인 장마 시즌에 돌입했다. 장마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인접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의 기후로 제 5의 계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장마 기간은 일반적으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8월 중순이나 9월 초까지 지속 될 때도 있다.

‘장마’ 라는 단어는 한자로 ‘長雨’로 쓰며 장(長) 은 긴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마(雨)는 비를 의미 한다. 장마의 옛말은 ‘오란비’다. 오래라는 뜻의 고유어 오란과 비를 더한 말로 비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내리는 것을 의미 한다. 따라서 장마는 길고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 그런데 장마라고 하면 해당 기간 안에 비가 지속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시간대에 따라 내리는 집중호우 형식이나 지역대에 집중적으로 국지적인 형식을 취하게 된다. 그래서 장마의 종류도 다양하다. 장마철인데도 비가 아주 적게 오거나 갠 날이 계속되는 마른장마, 여러 날 동안 줄기차게 비가 많이 내리는 억수장마, 약 한 달에 걸쳐 고르게 비가 내리는 전통장마, 이름과 다르게 좋은 장마도 있다. 바로 개똥장마다. 개똥장마는 거름이 되는 개똥처럼 좋은 장마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오뉴월 장마, 초가을에 비가 오다가 금방 개고 또 비가 오다가 다시 개는 건들장마, 초여름에 치는 누에가 오를 무렵에 오는 고치장마, 여느 때보다 늦게 오는 늦마, 빨래를 말릴 만큼 해가 나는 겨를을 의미히는 빨래말미 라는 말도 있다. 낮에는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밤만되면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야행성 장마, 가을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고 대륙의 찬 고기압 세력이 강해지면서 전선이 남하하게 돼 여름장마와 비슷한 궂은 날씨를 만드는 것을 가을장마라고 한다.

흔히들 장마라고 하면 과도한 강우로 인한 홍수만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이면에 있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자연의 섭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천둥은 번개가 칠 때 일어나는 소리고 번개 가운데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 벼락이라는 것은 초등학교때 배워서 알게 되었지만 그러한 현상이 자연의 섭리라는 것은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듯이 말이다. 매일 매일 이어지는 우리의 삶도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거역할 수는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섭리 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은 개인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거짓을 참같이 쏟아낸다. 거짓말을 하고 탄로가 나도 잡아떼는 철면피다. 각종 가짜 뉴스, 괴담 선동이 난무하고 허구를 실재로 둔갑시키는 경연장이 되고 있다. 불리하면 정치 프레임으로 몰고간다.

그래서 지금 우리 정치인들이 마치 아노미(Anomie) 현상에 걸린 것 같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아노미 이론은 프랑스 사회학자 뒤름켐이 만든 이론이지만 이후 미국의 사회학자인 머튼의 이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머튼은 ‘긴장 이론’이라는 아노미 이론을 주장 했다. 머튼의 아노미 이론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때 일탈행동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자신의 월급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고 부자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사기를 치거나, 뇌물을 받는 등 불법적인 행동을 해서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이 머튼의 아노미 이론 이다. 지금 우리 정치인들이 머튼의 아노미 현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장마가 끝나도 자연의 섭리는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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