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적극행정, 면책만이 답은 아니다
[경일시론]적극행정, 면책만이 답은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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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경일시론]적극행정, 면책만이 답은 아니다


 
하민지 논설위원·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어떤 영역에서든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나 공무원은 헌법(제7조)에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직접 규정하고, 국가공무원법(제56조)에서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을 위한 노력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는 급속히 변화하는 행정환경과 높아지는 시민들의 기대수준, 해결해야 할 문제와 개선사항의 증가 때문이다. 인사혁신처에서는 ‘적극행정 온(on)’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중앙부처 및 지자체별로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발’ 등을 통해 우수사례를 발굴·수상하고, ‘적극행정 실천계획 수립’, ‘적극행정 교육’, ‘적극행정 마일리지 적립 제도’ 운영 등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적극행정이 소극행정의 반대말은 아니라고 여기기에 개인적으로는 이 용어에 대해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 패러다임이라 하기도 행정 가치라 하기도 애매한 ‘적극행정’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창의, 혁신, 소통, 협력 행정 모두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노력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는, 즉 관행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행정수요와 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해충돌이 있는 상황에서는 적극적인 이해 조정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적극행정을 위한 노력 중 가장 큰 축은 적극행정 면책제도, 공무원에 대한 보호일 것이다. 적극행정은 단순히 최선의 노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주어진 재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현행 규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로 인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과 위험 감수까지 포함한다. 그렇기에 공무원이 감사의 부담으로 인해 적극적인 노력과 시도를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공무원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재량을 축소하는 일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법적 보호는 필수적인 일이며, 철저히 X이론에 따른 상벌과 위험요소의 배제 정도로는 적극행정을 활성화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동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을 해결한다고 해서 동기를 유발하지는 않기에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이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노력을 투입하는 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적극행정에 관한 연구들은 영향요인으로 조직적 차원에서는 목표의 명확성, 공정성, 변화지향의 문화, 업무 자율성 수준, 개인적 차원에서는 공익 제고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공공봉사 동기, 전문성과 역량 등을 제시한다. 명목상이 아닌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적극행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보호는 물론이고 순수하고 귀한 공공봉사 동기(public service motivation)를 지켜주고, 능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개인에 대한 상벌로 동기 부여를 시도하는 마일리지 적립과 같은 제도보다는 조직의 성과관리에서 목표 설정과 관리 방식에 변화를 갖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적극행정의 목표와 계획을 수립할 때에도 직위 및 직책, 담당분야별로 우선시해야 할 가치와 수행방식은 상이할 것이기에 그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적극행정은 몇몇 우수사례가 아닌 문화가 되어야 한다. AI 등 기술발달로 인해 행정은 정책과정에서 단순 집행자가 아닌 문제해결자로서의 역할이 더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적극행정을 위한 조건이 아닌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공익을 제고하는 일을 고민하고 실현하는 행정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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