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단군 이래~’
[천왕봉] ‘단군 이래~’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3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말 국회법사위원회 전체회의. 감사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감사한 뒤 그 처분을 공개한 데 대해 적절성을 따지는 자리였다. 김의겸 의원이 “조은석 감사위원 열람을 패싱하고 결과를 공개했으니 위법”이라고 추궁하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조 위원은 단군 이래 제일 많이 열람했다”고 맞받았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주 양평고속도로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야당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일가 땅이 있는 곳으로 노선을 변경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선언 직전 야당의원들이 현장 활동차 양평을 찾았을 때도 ‘단군 이래’가 튀어나왔다. 김의겸 의원이 ‘단군 이래 최악의 이권 카르텔’이라고 한 것.

▶정치인 이해찬도 즐겨 쓴 ‘단군 이래~’란 어구가 언제부턴가 보통사람들에게도 말버릇처럼 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단군 이래 운운은 대개 과장된 수사(修辭)다. 달리 말해 ‘유사 이래’란 말인데, 오천 년 민족사에서 그것이 처음인지, 최악인지, 김의겸 식 어법으로 하자면 백 살도 안 되는 현세 사람들이 어찌 알겠나.

▶1960년대 초 베스트셀러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두고 문학평론가 김현(1990년 작고)이 저자 이어령을 ‘단군 이래 순발력이 가장 뛰어난 재인(才人)’이라고 평한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처음 쓴 말인지는 모른다. 또 80년대 초 이철희·장영자 금융사기 사건 때도 언론은 그 규모가 단군 이래 최대라 했다. 그게 요즘 한국어에서 새삼 하나의 클리셰가 되는 걸 보면서 재치 있는 창의적 표현의 생명력 같은 걸 또 한 번 본다. 정재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