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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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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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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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리 경상국립대학교 지식재산융합학과 전담교수


오는 8월 미국을 가게 됐다. 한·미 글로벌 공급망 리더스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미국 측 담당자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화상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화면이 켜지자 미국 측 담당자가 환하게 웃으며 “교수님, 혹시 저를 모르십니까?”라고 물었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이 친구는 10여 년 전 나의 국제법 강의를 듣고, 국제법 전문가가 되겠다 결심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그제서야 어렴풋이 이 친구의 메일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 나의 말과 행동이 학생들의 진로를 바꿀 만큼 중요하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지루해 보이면 나의 유학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나의 유학이야기는 유학을 떠나는 과정이 유학을 가서 공부하는 과정보다 더 슬프다.

당시 내가 태어난 안동에서는 집안 어르신들이 많은 일을 결정하셨다. 그분들은 여자는 고등학교만 다녀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여자인 내가 대학을 가고 미국으로 유학 가겠다는 것을 허락한 부모님을 혼내셨다. 울고불고하는 막내딸을 보고 난처해지신 아버지는 제안을 하셨다. 아버지가 들어본 유명한 대학에 입학하면 보내주겠노라고. 나는 보란 듯이 미국 뉴욕대학교(N.Y.U.) 석사과정(LL.M.)에 입학해 아버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래서 이번 미국 출장이 매우 설렌다. 미국의 앞서가는 공급망 관리 제도를 배워올 생각에 8월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나라의 공급망 문제는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에 있다. 그래서 공급망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경제안보는 늘 위태롭다. 최근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가 경제가 큰 피해를 본 적이 있다. 재작년 말 요소수 대란은 공급망 관리 소홀로 인해 일상이 언제든지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외에도 희토류를 포함, 원자재나 광물을 중국이 언제라도 수출 통제할 경우, 또다시 제2의 요소수 사태를 겪게 될 것임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도 제자와의 재회가 설렌다. 어린 나이에 내 강의를 듣고 진로를 결정한 모험담을 듣고 싶다. 그리고 국제법의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지 기회가 된다면 같이 연구도 하고 싶다. 나아가 다음 학기부터는 진로를 고민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데 더욱 더 힘을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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