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3)
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43)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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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한국시인협회 올해 사화잡 ‘境界’에 실린 경남의 10인(3)
김윤숭 시인은 지리산문학관 관장이다. 인터넷에 오른 이력은 다음과 같다. “지리산문학관장 한국문학문화재협회장 한국시인협회이사 나래시조시인협회장 ㈔한국문학관협회 이사 ㈔한국시조협회부이사장 ㈔한국수필가협회부이사장 명예자연치유학박사 ㈔인산학연구원원장 대전대학교철학과객원교수 한국도교학회회장 함양문화원부원장”(띄어쓰기는 실린 그대로임)

이 이력 말고 다른 쪽의 것을 보자. “1959년 함양출생 아호는 중악산인(中岳山人) 시사문단 한시 문학공간 시조 등단, 현재 대전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 죽염발명가 한방암의학 창시자 인산 김일훈 선생의 삼남으로 슬하에서 사서삼경을 학습하였다. 민족문화추진회 상임연구원 수료. 전문위원 역임, 1984년부터 다산시문집을 시작으로 조선왕조실록 등의 고전 국역에 참여하였다.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한문교육과를 수료하고 동문회장을 지냈다.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강사, 남명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남명집을 교감하였다. 중국 사천대학 종교학연구소 유학, 도교학을 전공하고 한국 동양철학회 이사….”

이 정도면 따라 읽어가기도 힘드는 약력 사항이다. 필자와 함께 일한 것 중에는 한국문인협회 문학표절문제 연구소 일이 있고 고흥군 송수권 시인기념사업회에서 이사장 부이사장으로 참여한 것이 있다. 그런 관계인데도 김 시인의 이력은 1959년생으로는 참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싶은 부분이 너무나 많아 이 글을 써나가면서 필자는 쓰면서 익히는 공부를 하고 있다.

요약하면 그는 이 나라 죽염 발명가 인산 선생의 3남이고 선생으로부터 어린 시절 한학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설명할 것 없이 오늘의 시인이나 학자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한학 탐구와 정신세계의 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어서 문단이나 학계에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질적 위상을 내보여 일정 부분 조정 공간이 필요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점이 김 관장의 최대의 강점이 된다,

김 시인은 그의 활동으로 필자에게는 여러 가지로 혜택의 물길로 왔다. 그의 인산문학 관련 사업에 의해 인산문학상을 받은 일이나 그 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맡은 일이나, 각종 심사를 맡은 일이나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시절 문학 표절 사태에 직면한 한국문단에서 한국문인협회가 그 중심을 잡는데 음으로 양으로 김 관장의 도움을 받은 일 등이 그랬다. 그의 도움은 난로 없는 겨울 냉방에 한 가닥 온풍과 같았다. 그리고 그의 지리산문학관에서 펴는 지리산 3대 시인사업(학예사 공모사업)에서 산청 출신 1명으로 필자를 포함시켜 준 일은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기 전에 책임 사항이리라.

이제 김 시인의 시를 보자. 주제 그대로 제목이 ‘경계’이다.

“공자님 말씀/ 땅에 금을 그으면/ 너의 수준은 거기까지/ 부처님 말씀/ 마음에 경계 두면/ 원만한 깨달음 물 건너간다네// 경계를 보며/ 마음에 경계 없는 사람/ 경계선이 없어도/ 경계에 갇히어 질식하는 사람”

공자와 석가가 가지는 근본적 경계는 무엇일까? 그리고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경계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를 궁구하는 시편이다. 그릇이 크다.

지난 달 김윤숭 시인은 그의 그릇에 맞는 함양의 일두 정여창선생 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행사를 집행했다. 정여창은 함양이 낳은 조선의 대표적인 선비이다. 성리학사에서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 등과 함께 5현으로 칭송된다. 필자도 오래전에 일두고택에 갔다 와서 ‘조선국 기행’이라는 시를 썼다. 고택은 그냥 오래된 집이 아니라 정신과 학문의 향기가 서려 있는 집이고 아직 500년 왕조의 처마에 말씀의 그림자가 길다고 썼다.

김윤숭 관장의 몫은 향기와 그림자를 이어내는 일일 것이다. 일두 탄신기념 축제에 고전과 현대를 잇는 행사들을 보면서 아, 오늘의 김 시인이 서 있을 자리라 여겨졌다. 한국 현대시인 중에서 두 사람 한학자를 들라 하면 올해 이형기문학상을 받은 홍신선 시인과 김 시인이 꼽힐 것인데 홍 시인의 경우는 시론 강의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티를 거의 내지 않는다. 그만큼 김 시인의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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