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교사가 홍길동인가
[경일춘추]교사가 홍길동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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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광섭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길동이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웬, 홍길동? 대한민국 교사들이 길동이처럼 돼가는 현실을 보고 있으니 마음도 교육도 아프다.

“회장님! 수업을 방해해 선량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학생에게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데 아동(정서)학대로 신고당할까봐 못하겠어요. 그리고 언제 녹음 될지 모르는 불안감, 남겨서 지도했다가 받게 될 민원전화로 소신껏 지도도 못하고 위축이 돼 말도 못한 채 그냥 접고 포기하게 돼요, 어떻게 좀 도와주세요”

얼마 전 경남교총이 진행한 젊은 교사들과의 간담회에서 필자와 나눈 학교 현장 이야기이다. 길동이가 돼간다. 경남교총에 접수된 사례,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잠자는 아이 깨웠다고, 싸우는 아이 세게 잡았다고, 무분별하게 아동학대 신고당했다. 도를 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교총에서 전국 유·초·중고 교원 및 전문직 552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교원 77.0%가 “교육활동, 생활지도 중에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1년간 근속 연수 5년 미만의 전국 초중고 명예퇴직 젊은 교원이 589명, 전년도 303명 보다 94.4%가 늘어났다.(5월 24일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발표 자료) 열정 있는 교사들이 자리를 잃고 있다.

교육감의 철학과 가치는 좋은 교육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교사로부터 발현된다. 부당한 민원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교사에게 백년을 내다보며 학생을 키우는 교육철학을 바랄 수 있을까. 교원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교권보호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창한 구호보다 현장을 살피고 교육 현장의 가시를 뽑아줘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

6월 28일부터 생활지도권이 강화된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아직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이 조속히 국회 입법 통과되기를 촉구한다. 경남교총에서도 올해 안으로 도의회와 함께 ‘경남형 교권보호조례’를 제정 추진할 예정이다. 교실을 기본으로 학교가 중심이 되는 교육 정책, 교원이 소신을 가지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여건 조성은 미래인재를 키우고 싶은 우리 국민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교원이 홍길동처럼 되지 않도록 사회의 관심과 제도 정비가 절실한 시기다. 무엇보다도 교육자 스스로가 교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 가르칠 용기’를 키워주는 것이 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짜 민원’임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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