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행정 통합하면 서부경남 소외 벗어나나
[경일시론] 행정 통합하면 서부경남 소외 벗어나나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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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경남-부산 행정통합이 한결 어려워졌다. 시·도민들이 별로 탐탁찮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로 드러났다. 경남도와 부산시가 시·도민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말과 6월 초 실시한 두 차례의 여론조사였다. 지난 12일 발표된 조사 결과는 추진 주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경남도-부산시의 통합 추진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69.4%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1년 가까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며 나름 홍보에도 신경써온 시·도로서는 어이없을 수치다.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들어보지 못했다는 건 ‘관심 없다’란 뜻이다. 통합 찬반을 물은 데 대해서는 45.6%가 반대였고 찬성은 35.6%였다. 반대 이유는 ‘통합의 당위성이 작다’가 50.5%로 가장 많았다. 당위성이 작다는 응답은 ‘마땅히 합쳐야 할 까닭이 무엇이냐’는 반문이다. 잘 모르겠다는 답도 18.8%나 되었다. 이 또한 관심 없다는 의사다.

통합 추진의 기본 동력은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다. 그런데 그것이 이처럼 낮다면 이 일은 첫발도 떼놓을 수 없다. 박완수 지사도 “시·도민 3분의 2 정도는 찬성해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사를 앞두고 찬성 의견을 내달라는 부탁을 담은 언급이었을 거다.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많더라도 반대와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추진이 망설여질 일이다. 이런 터에 되레 반대가 이처럼 높게 나왔다. 통합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일각의 관측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형편에도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의지를 접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발표 후 통합 제안자인 박완수 경남지사는 계속 추진 의지를 내비쳤다. “짧은 기간에 통합 장단점을 충분히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 한 것. 박형준 부산시장도 “이번 여론조사는 주민 이해도와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말했다. 양쪽 다 통합 추진에서 손 떼겠다는 뜻을 담은 말이 아니다. 추후 주민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안내를 강화하고 계속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열심히 홍보하면 찬성률은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양 시·도는 곧 민·관이 함께 하는 행정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거라고 한다. 공론화를 강화해 여건이 무르익으면 여론조사를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과 도지사는 통합을 신중히 추진해나가겠다고도 했다. 밀어붙이진 않겠지만 포기하지도 않는다는 걸 분명히 한 셈이다. 여론 조사 결과가 실망스러워도 통합 추진을 접을 수는 없다는 것일 테다. 비가 올 때까지 이어간다는 인디안 기우제처럼 찬성률이 웬만큼 오를 때까지 여론조사를 거듭할 요량일지도 모른다. 계속 추진에 대한 논란이 있겠지만 잘못이랄 수 없고 굳이 반대할 일도 못 된다.

경남도는 전임 지사 시절부터 추진돼 오던 부울경특별연합(메가시티) 추진을 무산시켰다. 경남에 실질적인 이득이 적고, 특히 서부경남이 소외된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경남과 함께 울산도 발을 뺌으로써 메가시티는 떠내려갔다. 그 대신으로 박완수 지사가 제안한 게 경남-부산 행정통합이다.

행정통합은 인구 800만의 거대 자치단체가 되어 수도권에 대응하는 한 축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수도권과 양극 체제를 이룸으로써 발전을 꾀하자는 생각인 것.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지만, 아무튼 이 구상도 지금 여론조사 결과가 끼얹은 ‘찬물’로 없던 일이 될지 모르는 처지다.

만약 계속 추진될 거라면 미리 알고 싶은 게 있다. 메가시티에서 발을 뺄 때 내세웠던 서부경남의 소외 문제가 행정 통합으로는 해결될 수 있나 하는 점이다. 과연 산업화 이후 언제나 낙후를 면치 못해 온 서부경남이 행정통합으로 오랜 소외에서 벗어나게 될 것인가. 서부지역 도민들은 그것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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