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버림받음, 그리고 유기 불안에 관한 고백
[경일춘추]버림받음, 그리고 유기 불안에 관한 고백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8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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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화 P&I 교육코칭연구소 대표
여순화 P&I 교육코칭연구소 대표


“사랑이 깊어도 산들바람, 외로움이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 폭풍이 거세도 지나고 보면 고요하듯이, 아무리 지극한 고통과 괴로움도 지나고 나면 그저 한조각 구름일 뿐이다” ‘직면과 회복’이 핵심인 이 말은 필자가 강연 시 종종 사용하는 말이다.

오래 전, 교육을 통한 민중 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한 날부터 지금까지 직면과 회복은 필자의 절대적 소신이자 가치이며 철학이 됐다. 사실 필자는 유년기 깊은 상처가 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음, 말 그대로 ‘애착이 손상된 어린 시절’이다.

그래서일까? 성장하는 내내 유기 불안을 느끼는 사람을 만나면 소중한 관계를 단절했다. 버림받음, 유기 불안에 관한 고백, 회복 과정을 돌아본다. 굳이 이런 사적인 영역을 드러내는 것은 어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1973년,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집을 나갔다. 사업 실패가 원인이었다. 절에서 여덟 해를 보낸 뒤 돌아왔다. 그 기간 애비 없는 자식으로 무시와 가난 속에 살았다. 물론 다시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한 아홉 살 이후의 시간은 표면적으로 풍요로웠고 내심 그 사이 경제·사회적 변화가 많았던 당신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해강이라는 호를 가진 내 아버지는 59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고아를 위한 장학회와 심장병 어린이 돕기 후원회를 최초로 설립했다. 가족보다는 세상을 향한 에너지에 집중했다. 이런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았다. 성장하면서 유기 불안의 근원이 이 지점임을 느꼈다. 그래서 온전히 정서의 대물림 끊기에 몰입했다. 그 덕에 치유 권위자를 찾아가 오랜 시간 수련에 집중했다. 지금 필자는 회복 전문가로 거듭났다. 유기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나의 회복은 버림받음과 유기 불안의 근원을 직면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심장 호흡이나 명상 혹은 불안의 감정과 관련된 글을 필사하며 오롯이 비합리적 신념을 깨닫는 것이다.

끈기가 필요했고 회복으로 가까이 다가감을 확신한다. 직면과 회복은 냉정과 열정의 반복이다. 근자에 내 아버지처럼 자신의 삶에 과하게 몰입한 나머지 주위를 살피지 못하는 이를 접할 때도 나는 유기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이들에게 외치고 싶다.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 것도 두려워 마라. 선하고 의롭게 살아온 이에겐 세상 끝에서도 친구가 기다리니. 그러니 그대, 오늘도 묵묵히 직면과 회복의 그 길을 걸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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