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4] 충주호 종댕이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144] 충주호 종댕이길
  • 경남일보
  • 승인 2023.07.18 2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댕이길에서 바라본 충주호.
◇하트 모양의 종댕이길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인공호수인 충주호가 생겼다. 충주호 주변 풍경이 무척 아름다워 충주호를 중심으로 길이 91㎞, 9코스로 된 둘레길을 만들었는데 이름을 풍경길이라 불렀다. 풍경길 9코스 중 풍경이 가장 아름답고 탐방객들도 많이 찾는 둘레길이 5코스인 종댕이길이다.

종댕이길 인근에 정선 전씨 집성촌이 있었는데 전씨 집안에서 사당을 세워 그 사당을 종당이라고 불렀다. 그 이후에 마을 이름을 종당이라 했고, 지역 사투리로 종댕이라 불렀으며 종댕이 마을을 지나는 길이라고 해서 ‘종댕이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충주호 종댕이길은 호수를 끼고 심항산 기슭을 한 바퀴 휘감아 돌면서 충주호의 아름다운 풍경과 호수의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7.5㎞의 둘레길이다. 둘레길의 모양이 하트 모양을 닮아서 연인들이 함께 걸으면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걷기 모임 ‘건강 하나 행복 둘’ 회원들과 함께 여름의 녹음과 호수의 물빛을 만끽하기 위해 충주호 종댕이길 트레킹(걷기 여행)을 떠났다.

 
사과 모양의 충주호 종댕이길 표지판.


진주에서 충주호 마즈막재 주차장까지 3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충주호가 내려다보이는 마즈막재 주차장에는 나비 모양을 비롯한 몇 개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충주호와 계명산을 배경으로 미소 짓는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인 작품명 ‘ㅋㅋㅋㅎㅎㅎ’이 눈에 띄었다. 제목도 특이했지만 물빛·산빛·달빛이 어우러진 따뜻한 사랑의 분위기, 산뜻하고 희망적인 색상과 함께 그 모양 또한 어머니 품을 닮은 산과 미소 띤 달을 형상화한 것 같아 한참이나 걸음을 멈추고 바라봤다.

 
창포꽃이 만발한 생태 연못.
◇산빛과 물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호수길

도로 옆 가로수로 선 벚나무 숲길을 따라 1.5㎞를 걸어가자, 종댕이길로 접어드는 오솔길이 나타났다. 나무계단과 숲길을 지나 본격적인 종댕이길에 접어들자 창포꽃이 차지한 작은 생태연못 하나가 노란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생태연못의 규모는 작았지만 자연과 생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고여 있는 것 같아 더 예쁘게 보였고 친근감도 느껴졌다.

둘레길 왼쪽엔 꾀꼬리와 뻐꾸기, 밀화부리와 박새들이 야외 공연을 펼치고 있고, 오른쪽엔 충주호의 코발트 빛 물결이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은은한 미소로 춤을 추고 있었다. 이처럼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풍경이 충주호 풍경길 중에서도 종댕이길을 첫 번째로 꼽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 소리와 호수의 물빛에 취해 걷고 있는 사이 제1조망대에 닿았다. 호수 한가운데에 별 모양의 인공수초섬이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초섬은 신경림 시인의 시 ‘별을 찾아서’에 나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숨은 별들을 찾아서/사람들 사이에서 사람이 다 돼 버린 별들을 찾아서’란 시행을 모티브로 해서 조성한 것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별 모양의 수초섬을 보면서 일상의 잡념을 버리고 사색에 잠긴다는 콘셉트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별모양 수초.
시원한 호수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남녀 장승 한 쌍이 서 있는 나지막한 종댕이고개를 만난다. 한 번 넘을 때마다 건강 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고개다. 종댕이길을 걷다 보면 삼형제나무와 모자나무, 연리지처럼 생긴 키스나무를 만나 거기에 얽힌 얘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너와로 지붕을 인 쉼터에 앉은 탐방객들이 호수를 바라보며 환담을 나누는 모습 또한 하나의 정겨운 풍치로 다가왔다. 제2조망대에선 충주호의 넉넉한 품을 조망하면서 가슴이 확 틔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쾌속 유람선 한 척이 호수 가운데를 지나갈 때 그것을 바라보는 필자 일행이 더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너와로 지붕을 인 쉼터.
길가 비스듬히 누운 소원바위에 닿자, 많은 사람이 납작한 돌을 하나씩 주워 바위에 붙이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마음속에 품어온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간구하며 돌을 바위에 붙이고 있는 그 순간이 무척 경건하게 보였다. 소원이 떨어질까 봐 조심해서 출렁다리를 건너자 호숫가에 윗종댕이 정자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호수와 참 잘 어울렸다. 호수에서 멀찌감치 올라가서 터를 잡은 윗종댕이 마을에서 내려다본 충주호는 정말 아름다웠다.

종댕이 마을을 지나 도로변 가로수로 선 벚나무 길을 따라 출발지인 마즈막재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 계명산과 남산을 잇는 고개인 마즈막재는 옛날에 남산 아래 죄수를 처형하는 처형장이 있었는데 죄수들이 이 고개를 넘으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고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라고 해서 마즈막재라고 불렀다고 한다.

 
활옥동굴 입구.
◇옥색 속살이 아름다운 활옥동굴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4.4㎞ 정도 떨어져 있는 활옥동굴을 탐방하기 위해 버스로 이동했다. 동굴 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종댕이길을 걷느라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팔뚝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에 개발이 시작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채취 광산으로 길이 57㎞나 되는 동양 최대 규모의 동굴이라고 한다. 벽면과 천장이 하얀 옥색인 동굴에는 와인 시음장을 비롯해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환상적인 조명을 켜 놓은 ‘바닷빛의 공간’, 동굴 보트와 카약을 타는 곳, 고추냉이를 재배하는 농원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있는 엄청난 크기의 동굴 세상이었다. 토끼 굴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게 된 앨리스처럼 호숫가 숲길 걷기와 함께 백옥 동굴에서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행복한 힐링 시간을 누린 하루였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활옥동굴 내 보트장.
마즈막재 설치 조형물.
윗종댕이 정자.
소원바위에 돌을 얹는 탐방객들.
종댕이 고개.
충주호 출렁다리.
활옥동굴 내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