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도시에도 인격이 있다. 주민의 숨결과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문화행정을 일구고 시민 각양의 삶이 시정과 통하고 있다면 그 격은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태생으로부터 오늘까지 도시 역사가 유의미한 갈래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다. 문헌 속에 잠자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사는 다양한 세대에게 깨우침과 성찰을 주고 방향설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진주시가 수십 년 간 펴내지 못한 시사를 제대로 정리하고자 각 분야 25명의 편찬위원을 구성해 발간 작업을 시작했다. 주민체감도가 높은 복지시책도 아니고 여러 영역의 전문가의견을 수렴하고 지역사회 다양한 생각들을 아우르며 발간하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바람을 담은 훈수두기는 쉬워도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많은 경우의 수를 조정해야하고 산고에 견줄만한 조율과 소통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함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에게 사랑받고 여러 세대 사람들의 손길을 자주 타는 진주시사가 탄생하기를 바라며 몇 가지 의견을 드린다.
두 번째로,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시사를 바란다. 시사는 지역이야기를 다루지만 역설적으로 그 어떤 간행물보다 열린 감각과 개방적인 시각을 필요로 한다. 요즘 지역 시사 발간 경향을 보면, 역사 중심이 아니라 분야사(주제사) 중심으로, 과거 관찬 사료 중심이 아니라 생활사, 문화사적 접근으로 지역의 생활문화, 경험을 서술함으로써 현재적 삶과 구술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주 또한 이러한 트랜드를 반영해 생동감 있으면서도 도시정체성은 부각되도록 밑그림을 잘 잡아야 하겠다.
교훈과 자긍심을 세뇌하는 교조주의 옷을 벗고 지역공동체에 열린 질문을 하고 다양한 시민의 시각을 여는 콘텐츠가 되려면, 소수 전문가와 위원이 애써서 편찬하는 체제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생동감과 개방성은 과업수행 중에 직접 참여 또는, 인용된 서사로서 참여한 공동체와 시민 당사자성이 확대될수록 가능할 것이다.
올해 남성 문화사업 위원회에서 진주학 연구센터를 경상국립대에 설립했고, 진주시는 진주역사관 건립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진주학 연구센터 관계자는 “진주의 기록유산 아카이빙과 연구기반 구축 작업이 지역 스스로 역사의 의미를 찾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진주학의 대중화로 주민이 지역을 아는 만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도록 하는 마중물이 되도록 하겠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거론되는 지역소멸에 대한 해답은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지역에 대한 바른 앎으로부터 시작하는 소속감과 애정은 지역에서 삶을 이어가는 자양분이 될 것 이다. 진주에 대한 기록이 곧 나와 공동체의 이야기로 연결됨으로 인해 많은 시민이 함께 ‘자축하는 진주시사발간 기념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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