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양심을 깔고 뭉개기로 작정한 윤석열 정부
[경일시론]양심을 깔고 뭉개기로 작정한 윤석열 정부
  • 경남일보
  • 승인 2023.07.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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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논설위원


영국의 세계적인 작가 윌리엄 세익스피어는 “정치는 양심을 깔고 앉는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나타내는 잠언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이 현 윤석열 정부도 ‘양심을 깔고 앉은 정치’를 할 조짐이다. 자기 이익 정치만을 위해 양심을 깔고 뭉개기로 작정했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언하며 출범했다. 같은해 12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당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현 지방시대위원장)은 “2023년 하반기에 공공기관이 이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3년 1월 3일 부처별로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6월까지 공공기관 이전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연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말을 바꾼다. 정권 실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공공기관 이전 연기를 언급했다. 불순한 의도가 감지된다. 지난 5일 원 장관은 “아직 연기를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해 의견 조율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을 일단 연기했다”고 했다. 같은 날 우 위원장 역시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내년 총선 이후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방을 상대로 “총선 때 여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않으면 공공기관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협박성으로 들린다.

최근 행태를 보면 총선을 앞두고 전임 문재인 정부가 했던 행태와 똑같다.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공언하며 출범했다. 같은해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광역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신설과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2018년 2월 “역대 정부 중에 가장 강력하게 국가균형발전을 추진, 실행했던 노무현 정부 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총선을 1년 정도 남겨 놓은 2019년부터 정권 실세들의 말이 바뀐다. 민주당 당직자들의 입에서 공공기관 이전 연기 발언이 잇따랐다. 당시 윤호중 사무총장은 그해 5월 “내년 총선 때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22곳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약을 내놓을 것을 당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이전 연기를 시사했다. 총선을 3개월 정도 남겨 놓은 2020년 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이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하겠다”며 이전 연기를 공식화했다. ‘여당에 표를 몰아주면 공공기관 이전을 하겠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공공기관 이전이 거래대상이 됐다. 21대 총선에서 지방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고, 압승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을 하지 않았다. 지방을 철저히 속이고, 우롱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높았다. 2020 총선 이후 치러진 재보선부터 대선, 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은 ‘양심을 깔고 앉은 정치’를 한 댓가를 치렀고, 지금도 자중지란 속에서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

윤석열 정권 역시 문재인 정권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고 있는 것 같다. 정권 실세들의 이전 연기 언급이 더 잦아지고, 급기야 윤 대통령이 나서 ‘총선 이후 공공기관 이전’을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총선 이후에는 공공기관 이전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를 의식해서 정책을 급조해서도 안되지만 선거 때문에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미뤄서도 안된다. 그것이야말로 무책임한 일이다”고 했다. 선거 때문에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공공기관 이전)을 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문재인 정권이 반면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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