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엄마는 치마를 항상 둘러 묶었지
나는 접시꽃대를 묶고 지지대를 콱 박는다
아, 휘청거리는 엄마의 웃음이 기울고 있다
-김상철 삼국유사군위도서관 디카시반, ‘나는 괜찮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온통 알록달록한 엄마들로 북적대는 때가 있다. 일 년 중 벚꽃 시즌이나, 농한기로 접어든 단풍철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빨간색 잠바를 입은 할머니, 노랑색 반코트를 입은 엄마, 비단잉어같이 목에 연분홍 스카프까지 두른 우리의 어머니가 관광버스에서 급히 내려 공동화장실로 가는 모습들이다. 25도쯤 굽은 허리와 휜 다리의 엄마가 손사래 치듯 팔을 휘두르며 간다. 그날만큼은 색색이 풍선처럼 흥에 겨운 표정이다. 늙은 엄마들이 바쁜 일상 뒤에 숨겨두었던 접시꽃 같은 웃음을 풀어 놓는다.
허리끈으로 치마를 둘러 묶었을 때 어머니는 젊었다. 내가 지지대가 되었을 때 어머니는 자주 휘청거리는 나이가 된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지지대 같은 자식 앞에서조차 흔들리는 티 같은 건 내지 않는다. ‘나는 괜찮다’라는 말은 어머니들의 18번 노래이다. 시인·디카시 주간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