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아우성을 먹고 자라죠
출렁,
바다의 내장 속으로
소년과 주먹질이 휩쓸려가요
운동장의 낙서처럼
몇 년째 자동응답기엔 제 목소리만 재생되네요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새벽이라는
기도
통영문학상운영위원장
출렁,
바다의 내장 속으로
소년과 주먹질이 휩쓸려가요
운동장의 낙서처럼
몇 년째 자동응답기엔 제 목소리만 재생되네요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새벽이라는
기도
그해 태풍은 위력이 대단했죠. 바닷가에 인접한 집들은 모두 쓸려가고 마을 주민들은 높은 곳으로 피신을 했어요. 밤새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마을 앞 방파제는 속수무책 무너졌죠. 그 밤에 저는 친구를 잃었어요. 바다가 터전인 섬마을 사람들은 태풍이 오면 안전한 곳으로 배를 피신시켜야 해요. 비바람이 심한 그 밤에 배를 옮기려고 아버지를 따라나선 친구는 집채만 한 파도에 휩쓸려갔어요. 창졸간에 가장과 아들을 잃은 친구 엄마의 울음은 깊은 바다를 덮고도 남을 절망으로 제게 남아 있어요. 우리 그때 겨우 열일곱 살이었어요. 몇 해 전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학생들, 어리고 가여운 아이들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우리는 또 어찌 잊을까요. 바다는 아우성을 먹고 몸을 키우는 게 맞나 봅니다. 소년이든 주먹질이든 뭐든 먹어 치우는 바다는 잔인한 포식자입니다. 떠들썩하고 무질서한 운동장 낙서 같은 천진한 것에도 어떠한 절충이나 조율을 필요치 않은 게 바다인 것 같거든요. 오늘은 누구의 아우성을 먹고 바다는 자라는 것일까요. 그게 무엇이든 바다의 내장으로 휩쓸려간 것이 새벽이라는 기도면 좋겠습니다.
통영문학상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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