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백비(白碑) 사천 항일운동기념탑 논란
이름없는 백비(白碑) 사천 항일운동기념탑 논란
  • 문병기
  • 승인 2023.07.23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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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인 명단 새기면 반발 우려 사실상 방치
많은 사업비를 들여 건립한 사천항일운동기념탑이 백비(白碑)논란에 휩싸였다. 항일 독립운동에 나선 사천사람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인데 항일투사의 이름도, 공적도 새기지 않은 채 돌탑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충효실천운동본부와 일부 시민들은 하루빨리 이들의 이름과 공적을 새겨 투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위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천시는 특정인의 명단과 공적을 새길시 이를 인정하지 않는이의 반발 우려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천항일운동기념탑은 지난 2019년부터 사천지역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이름 없는 항일 독립 운동가들의 숭고한 민족정신을 기리고 사남면과 곤양면, 곤명면 등지에 흩어져 있는 기념탑들을 한데 모아 추모하자는 뜻에서 추진해 왔다.

시는 지난 2022년 남양동 호국 공원 내에 3억8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높이 10m의 기념탑을 지난 3월 완공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사천항일운동기념탑은 누구를 기리고 어떤 공적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전국 대부분의 유사 기념탑과 달리 백비(白碑)형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다만 ‘일제의 침탈로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기위해 항일운동기념탑을 세웠다. 이곳 사천에서도 남녀노소 학생 종교인 등 수많은 시민들이 자유 독립을 위해 나섰고…’라는 내용을 새긴 보조비가 있다.

충효실천본부 등에 따르면 하동군 옥종면에 건립된 항일투사추모탑비의 경우 산청과 하동의 지리산 일대에서 활약한 178명 항일투사 명단과 개인 공적을 한 명당 30자씩 배당해 새긴 본비와 보조비가 세워져 있으며, 하동읍과 면지역 9개 기념비에도 이름과 공적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또한 진주시도 진양·진주 항일투사추모탑비도 127명의 항일투사 명단과 한 명당 29자씩 배당해 공적을 새겼다.

추경화 충효실천운동본부 대표는 “이름도 공적도 없는 기념탑이 말이 되느냐”면서 “사천항일독립운동사나 사천시사에 이름과 공적들이 기재돼 있으니 이를 참고해 제대로 된 항일운동기념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건립 당시 이름과 공적을 새기기로 했으나 선정을 두고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있었것으로 안다. 논란이 계속된다면 공론의 장을 만들 필요성도 있고 공신력 있는 관련기관에 용역을 의뢰하는 등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사천호국공원내에는 이름도, 공적도 새기지 않은 백비(白碑)형태의 사천 항일운동기념탑이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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