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매미의 울음
[경일춘추]매미의 울음
  • 경남일보
  • 승인 2023.07.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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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아 진주교대 교수
류현아 진주교대 교수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진주교대 캠퍼스의 무더운 오후, 오랜 세월을 거쳐 성장한 나무들의 무성한 가지와 심록(深綠)의 잎들이 뜨거운 햇살에 반짝인다. 캠퍼스 곳곳에서 울리는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높이 떠오르기도 하고 점점 멀어지기도 한다.

매미의 알은 나무줄기 속에 있다가 부화해 유충이 되고, 유충은 땅에 들어가 굼벵이로 수년간 지낸다. 땅을 뚫고 나와 나무줄기에 매달려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면 7~20일 정도 매미로 살다가 알을 낳고 죽는다.

북아메리카의 ‘17년 매미’는 이름 그대로 17년 동안 땅 속에 있다가 단 하루 매미로 사는 매미인데 마지막에 필사적으로 짝짓기를 하고 죽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흔한 참매미와 유지매미의 수명주기는 5년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매미의 수명주기가 5, 7, 11, 13 등과 같이 ‘소수(素數)’를 이루고 있다. 소수란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를 말한다. 6은 2와 3으로도 나누어 떨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소수가 아니라 합성수이다.

왜 매미들은 소수를 좋아할까? 학자들의 해석은 이렇다. 긴 세월을 준비해서 매미가 돼 짝짓기를 할 때까지 길어야 한 달 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천적에게 먹히지 말아야 한다. 천적의 수명주기와 매미의 수명주기가 서로소(1 이외에 공약수를 갖지 않는 두 정수)일 때 매미가 천적과 만나는 시점을 최대한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적의 주기가 4년일 때, 매미의 주기가 6년이라면 12년마다 천적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매미의 주기가 7년이라면 28년마다 만나게 돼 천적과 만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해석은 여러 종의 매미들의 주기가 겹치게 되면 많은 매미들이 동시에 나타나므로 먹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지역에 사는 매기의 주기가 소수가 아니라 8년과 12년이라면 24년마다 만나게 되지만, 매미의 주기가 7년과 11년이라면 77년마다 만나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의 많은 일에는 어떤 규칙이 숨어 있고, 이런 규칙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때로는 수학이 유용하다.

매미가 소수의 개념을 알고 이러한 규칙을 찾았을 리는 만무하다. 다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천적을 만나 점점 사라진 종들도 있었을 테고, 먹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종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매미는 생존을 위해 수명주기가 점점 소수가 되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지속적인 매미 울음소리에 단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치열하게 생존을 이어가는 매미의 속사정을 알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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