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김장하 선생
[시민기자]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김장하 선생
  • 경남일보
  • 승인 2023.07.2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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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作 줬으면 그만이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알고 계시나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인데요. 부와 권력, 명예를 가진 사람에게는 반드시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고대 로마 집정관들 사이에서는 자기의 재산을 털어 공공시설이나 도로를 신축하거나 보수하는 일을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일로 여겼으며, 전쟁이 일어나면 앞다투어 선봉에 서서 싸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요즘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이 자선사업이나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데요. 오늘 저는 김주완 기자가 쓴, 이 시대의 숨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인 김장하 선생의 삶의 행적을 담은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글쓴이는 지역신문 기자로써 ‘나쁜 사람들을 비판하고 단죄하는 것도 중요한 언론의 기능이지만, 좋은 분들을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데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김장하 선생에 대한 취재의 결과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김장하 선생은 평생을 묵묵히 많은 사람들을 도와오셨는데, 자신의 공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시는 분이라 그분이 해오신 수많은 선행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여러 선행에 대해 알고자 김장하 선생에게 질문해도 “기억이 안 나네”로 답을 했습니다. 다행히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과 관련 있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그분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열심히 취재해 이 책에 담았습니다.

김주완 기자가 김장하 선생을 알게 된 것은 1991년, 김장하 선생이 설립해 이사장으로 있는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한다는 뉴스를 통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때 당시 그 뉴스가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부자가 좋은 일 하네’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장하 선생과 그의 지인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국가 헌납과 관련해 모든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사실, 수십 년간 어려운 학생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주면서도 누구도 알지 못하게 숨긴 사실, 고등학교 이사장이지만 승용차 없이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누구보다 근검절약했으며, 전교조 교사 대량 해직 사태 때도 그가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에서는 단 한 명의 해직교사도 없었다는 사실 등을 알고 김주완 기자는 깊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어릴 적,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농사가 전혀 체질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 손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친구가 하는 약방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고, 이 일이 훗날 김장하 선생의 운명을 바꾸게 됩니다. 낮에는 약방의 허드렛일을 하고 밤에는 한약 공부를 하며 3년의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발견한 한약업사 시험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한약사가 됩니다.

그때 당시 김장하 선생이 운영한 한약방은 직원들의 월급은 가장 많고, 약 값은 제일 싼 곳이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김장하 선생에게 돌아간 작은 이익조차 장학 사업 등을 통해 사회에 내놓으시니, 얼마나 김장하 선생이 재물에 욕심이 없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김장하 선생은 어릴 적 할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앞에 나서지 말고 항상 제 역할을 하는 그런 사람이 돼라”, “사람은 마땅히 올바른 것에 마음을 두어야지 재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김장하 선생은 전 재산을 털어 고등학교를 설립했고, 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우수 교원을 스카우트해 채용했으며, 학교시설 및 교육 내실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돼 학교 운영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됐을 때, 100억 대 학교를 무상으로 헌납했습니다. 또한 한약방 폐업을 앞둔 2021년에는 남은 재산 34억원을 모두 경상국립대에 기증을 하게 됩니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이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 하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1991년 8월 17일 명신고등학교 국가 기증 선언 및 이사장 퇴임식에서 김장하 선생이 한 말입니다. 이렇듯 김장하 선생은 고등학교 설립 및 기증한 것 외에도 친일청산과 평등세상을 위해서,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서, 학대받는 여성을 구조하기 위해서 등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 곳곳에 단비 같은 지원을 끊임없이 했습니다.

대가 없는 나눔, 간섭 없는 지원, 바라는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는 보시를 몸소 실천해 온 김장하 선생. 그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분들 역시 김장하 선생의 가르침을 본받아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김장하 선생 덕분에 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까지 마친 문형배 헌법 재판관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하신 선생의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처럼 이 책을 통해 10분의 1의, 100분의 1의 김장하 선생들이 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이 세상이 좀 더 아름답게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도 책을 통해 김장하 선생의 나눔 바이러스에 감염돼, 김장하 선생이 꿈꾸는 모두가 행복한 아름다운 세상이 오기를 함께 바라 봅니다.

유수연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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