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헌옷 수출국 5위의 어두운 그림자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헌옷 수출국 5위의 어두운 그림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07.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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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옷을 입기 시작한 역사는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석기 시대의 유물로 뼈바늘과 돌로 된 방추가 발견돼 그 시대에 이미 옷을 만들어 입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인류는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옷들을 입었다고 여겨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흰색 옷을 많이 입었던 데 비해, 메소포타미아·페르시아·헤브라이·그리스·로마인들은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었다. 페르시아인은 옷을 재단해 몸에 맞게 입었고, 그리스인은 장신구를 많이 착용했다. 특히 로마인은 신분에 따른 옷이 각각 있었다. 중세에는 동양에서 들여온 비단을 많이 사용하고 자수와 진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의류산업이 번창해 기성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편하고 단순한 옷을 선호하여 가벼운 면직물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턱 밑에서 끈을 묶는 보닛을 썼다. 남성복의 경우 유럽과 미국 상류층 남자들은 무릎까지 오는 바지 대신 긴 바지를 입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이후 200년이 넘도록 남성복의 기본 양식이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남녀 모두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기성복을 입었다. 여자들은 헐렁하고 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고, 스타일에 변화가 많았다. 1980년대에는 한층 편한 옷이 유행했고, 1990년대에 와서는 복고풍이 유행하고 남녀 옷 사이에 차이가 없어졌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는 패션의 유행이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옮겨가면서 저렴한 가격에 자주 옷을 사 입게 되고 패션은 일주일 단위로 바뀌게 되었다.

패스트 패션이란 계절에 맞춰 1년에 네 번 제품을 기획하는 일반 패션 브랜드와 달리 최신 트렌드와 소비자 반응에 맞춰 1~2주 단위로 빠르게 상품을 기획, 생산해 판매하는 의류를 말한다. 한 업체가 디자인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일괄적으로 담당해 마진을 줄이고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이른바 ‘제조·직매형(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의류’를 말한다. 소비자들은 유행이 최고조일 때 빠르게 이 옷들을 구매해 몇 번 입다가 버리고 만다. 부담 없는 가격에 새롭게 유행하는 옷을 다시 구매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의류 생활 패턴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야기하고 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의류 폐기물 배출량은 2016년 1일 평균 259t이었으나, 2020년엔 880t까지 늘어났다. 4년 동안 3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증가한 헌 옷 쓰레기를 처리하려면 해외에 더 많은 양의 폐섬유를 수출할 수밖에 없다. 무역 자료를 집계하는 OEC(Observatory of Economic Complexity)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헌 옷 수출량은 세계 5위로, 미국·중국·영국·독일 다음이다. 중고 의류 가운데 70%는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되고 20%는 폐기처분 되며 10%는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의류의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는 의류 폐기물로 이어져 환경을 오염시키게 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의류 폐기물 배출량은 2016년 1일 평균 259t이었으나, 2020년엔 880t까지 늘어났다. 4년 동안 3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렇게 증가한 헌 옷 쓰레기는 곧 수질 오염을 비롯해 토양과 대기 오염으로 이어진다.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연간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모든 국제 항공과 해상 운송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에 속한다고 한다. 천연섬유는 염색과정에서 독성이 있는 폐수를 유출하게 되고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는 결국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토양과 물,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의류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화학 합성소재는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의류 제작 과정에서 분해가 잘 되는 의류 소재의 개발 등, 폐기물을 줄이려는 제조업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의식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새 옷을 구매하고 옷을 입고 헌 옷을 헌 옷 수거함에 넣거나 버리거나 할 때 옷이 환경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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